마이클 창(미국)은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첫 아시아계 선수다. 현역 시절인 1996년 US 오픈 때의 모습(왼쪽 사진)과 23일 KIA 챔피언스컵 프로암 경기에서 스트로크 하는 그의 ‘외모 변화’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인기는 니시코리가 더 좋겠죠?"

아시아계 테니스 선수로 가장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마이클 창(43·미국)은 제자인 니시코리 게이(26·일본)와 젊었을 적 자신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말했다. 중국계인 마이클 창은 1989년 17세의 나이에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만든 선수다. 당시 아시아계 선수 첫 메이저 우승이자 최연소 우승이었다.

마이클 창은 지난해부터 니시코리의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클 창은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니시코리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며 "니시코리는 젊은 시절의 나보다 구질이 다양해 아직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마이클 창이 한국을 찾은 건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 투어 '기아자동차 챔피언스컵 테니스 2015'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챔피언스 투어는 은퇴한 선수 중 세계 랭킹 1위 출신이나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자 등 '레전드'들이 참가한다. 정규 ATP 투어와는 다르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창은 머리숱도 적어지고 움직임도 둔해졌다. 그러나 그의 샷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23일 이형택과 복식조를 이룬 창은 마라트 사핀(러시아)-방송인 이휘재 조와 가진 프로암 경기에서도 매서운 기량을 뽐냈다. 1세트 경기는 마이클 창-이형택의 6대0 완승이었다. 창은 이날 오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피곤한 기색도 없이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전성기 시절 창은 비교적 작은 키(175㎝)에도 빠른 발과 강한 체력으로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 등과 호각을 이뤄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프랑스오픈 우승 당시 16강에서 이반 렌들(체코)을 상대로 언더핸드 서브(공을 밑에서 치는 서브)를 구사하며 5세트 접전에서 승리한 건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최고 랭킹은 세계 2위까지 올랐다.

창은 이번에 가족 5명을 대동했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장모와 아내, 세 아이와 함께 여섯 식구가 왔고, 공항에서 경호원 8명이 달라붙어 짐을 옮겼다고 한다. 창은 2008년 중국계 테니스 선수 출신 엠버 리우(31)와 결혼했다.

창은 세계 랭킹 52위 정현(19)과 청각장애 선수 이덕희(17) 등 한국 기대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는 이형택, 정현 등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어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