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크고 화려한 것이 좋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작고 소박한 물건에 애착이 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고 소박할수록 긴장감을 덜 준다. 긴장감이 적을수록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의 소목장(小木匠)이 만드는 목가구들이 대체로 작고 소박하다. 방 안에 들여놓아도 사람에게 전혀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없는 듯하면서도 존재해 있다. 한국의 전통 목가구 중에서 소반(小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거실에서는 소반 위에다가 찻잔을 올려놓고 차를 마시기도 좋고, 안방에서는 머리맡에 놓고 책을 보기도 좋다. 특히 찻잔 2개와 다식을 올려놓으면 꽉 차는 작은 소반은 앙증맞기까지 하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가 편하다. 무겁지 않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한 손으로 들어서 마음대로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된 식탁은 세계에서 한국의 소반이 가장 앞서지 않았을까?

소반의 재료는 주로 행자목(杏子木)이 많다. 은행나무인데 가볍기 때문이다. 필자가 목가구에 대해서 의문점이 생기면 자문하는 인물이 소목장인 거안(居安) 안재성(64)이다. 40년간 한국의 나무들을 다루어본 거안에 따르면 느티나무로 만든 소반은 무늬가 화려하고 품격이 있지만, 행자목에 비해서 무겁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반을 제작할 때 가장 주의할 공정은 통판의 홈을 파내는 과정이라고 한다. 음식이나 찻잔을 놓는 부분이 통판이다. 여기를 약간 파내는 작업이 난도가 높다.

조선의 3대 소반은 해주반, 통영반, 나주반을 꼽는다. 공통적으로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 소반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다른 지역으로 실어 나르기 편리한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해주반은 투박하면서 튼튼한 느낌의 남성적 소반이라면, 나주반은 아주 날씬하고 가볍다. 세련된 여인을 연상시키는 소반이다. 통영반이 양쪽을 중도 통합한 느낌이다. 오래된 고택에 가면 안채 마루 위의 시렁에 소반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비중 있는 손님이 방문하면 독상(獨床)을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대감 집에는 수십 개의 소반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 집에 있는 소반의 숫자는 그 집안의 품격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