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사(중국), 서정환 기자] 세대교체를 단행한 중국농구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차세대 센터로 꼽히는 저우치(19, 217cm)다.

중국대표팀은 안방인 후난성 장사시에서 진행 중인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5연승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29일 카타르와의 F조 결선 마지막 경기서 승리하면 조 수위를 확정짓게 된다. 중국이 F조 1위를 하면 8강서 E조 4위 인도와 만난다.

▲ 중국대표팀의 ‘에이스’ 이젠롄

중국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팀이다. 70년대 장신센터 무톄추(238cm)를 비롯해 80~90년대 활약한 산타오(218cm), 90~2000년대의 왕즈즈(216cm), 최근 은퇴한 야오밍(228cm)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현재 중국대표팀의 주전센터는 이젠롄(28, 213cm)이다. 그는 평균 18.4점, 8리바운드로 중국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NBA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7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지명돼 미국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5시즌 동안 평균 7.9점, 4.9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기고 중국리그 CBA로 복귀했다.

이젠롄은 213cm의 좋은 신장에 동양인의 한계를 초월한 운동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골밑에서 몸싸움을 싫어하는 기질 때문에 NBA에서 버티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젠롄은 2009-2010시즌 뉴저지 네츠에서 12점, 7.9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 최고성적이었다.

당시 기자는 뉴저지에 취재를 가서 이젠롄을 만났다. 뉴저지는 NBA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었던 터다. 이에 따라 이젠롄을 활용한 중국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이젠롄을 보려고 경기당 3000명 정도의 중국인들이 경기장에 왔다. 경기장 내 기념품점마다 중국인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 '제2의 야오밍'으로 꼽혔던 왕저린은?

중국은 210cm가 넘는 장신센터 자원이 매년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젠롄의 후계자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왕저린(21, 214cm)이다. 2012년 나이키 후프서밋에서 왕저린은 월드컵의 주전센터로 나와 19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더구나 당시 그의 상대는 전미 고교센터 랭킹1위 널린스 노엘(21, 211cm)이었다. 이후 노엘은 켄터키대학에 진학했고, 2013년 NBA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뉴올리언스에 지명됐다. 지난 시즌 노엘은 필라델피아에서 뛰며 9.9점, 8.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왕저린의 등장으로 ‘제2의 야오밍’이 나왔다는 기대감이 컸다. 왕저린은 청소년국가대표로 이종현(21, 206cm)과 3번 대결했는데 모두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중국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대학에 가지 않고 중국프로리그(CBA)에 직행한다. 왕저린은 2009년 푸젠성 주니어팀에 입단했고, 2012년 성인프로무대에 데뷔해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왕저린은 지난 시즌 중국리그서 21.6점, 1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야오밍과 이젠롄의 뒤를 이어 NBA에 가리라는 기대는 무너진 지 오래다. 왕저린은 지난 3년 동안 기량이 정체됐다는 평이다.

중국의 스포츠전문사이트 ‘스포츠 QQ’의 양시안 기자는 “현재로서 왕저린의 NBA 진출 가능성은 없다. 중국리그서도 큰 발전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며 NBA 진출 가능성을 비관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왕저린은 7.4점, 4.8리바운드, 야투율 42.3%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 ‘중화민족의 희망’ 떠오르는 저우치

최근 가장 핫한 선수는 저우치다. 그는 특히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중국의 확실한 기둥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전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전반전 한때 20점을 뒤졌지만 후반전 대역전승을 했다. 4쿼터 가장 중요한 순간 저우치는 이종현을 앞에 두고 덩크슛을 터트렸다. 이어 저우치는 조성민이 쏜 3점슛을 공중에서 잡았다. 골텐딩이었지만 심판은 그대로 진행했다. 양동근이 쏜 플로터도 저우치의 긴 팔에 가로막혔다.

한국전에서 저우치는 21점, 8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이젠롄(20점, 11리바운드, 1블록슛) 못지 않은 대활약을 했다. 저우치는 대회평균 11.4점, 5.6리바운드, 2블록슛, 야투율 66.7%로 이젠롄 다음가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217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블록슛이 위력적이다.

청소년대표시절 저우치는 왕저린에 가려 출전시간이 적었다. 이종현도 저우치를 상대로 마음껏 뛰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저우치의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종현은 “확실히 중국 선수들이 프로에서 뛰다보니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저우치가) 더 무서워졌다”며 상대의 실력을 인정했다.

과연 저우치는 NBA에 진출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신장은 크지만 체중이 너무 적어 세계최고 NBA 선수들과 경쟁하기 무리라는 것. 왕시안 기자는 “저우치도 내년에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지만, 지명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NBA에 갈 수 있는 중국선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우치가 NBA에 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매우 위력적인 장신센터인 것은 분명하다. 한 선수가 은퇴하면 또 다른 유망주가 쏟아지는 중국농구다. 앞으로 10년 넘게 한국농구의 골밑을 지켜야 하는 김종규(24, LG)와 이종현(21, 고려대)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이젠롄(11번), 왕저린(14번), 저우치(15번) /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