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 에비스(惠比寿) 가든플레이스에 있는 '쿡패드(cookpad)' 본사. 요즘 한국 IT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IT 기업은 모바일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특정 분야에 몰려 있지만, 일본 IT 벤처들은 미용, 헬스케어, 외국어 등 다양한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쿡패드는 요리 레시피 분야에서 꾸준히 '한우물 파기'를 해왔다.
1997년 IT에 관심이 많던 청년 사노 아키미쓰(佐野陽光·42)가 게이오대 환경정보학부를 졸업하며 쿡패드를 창업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와 'IT' 두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했다. 한 회원이 자신만의 요리법을 사이트에 올리면 다른 회원들과 공유토록 하는 게 쿡패드의 서비스다. 찬거리가 걱정인 주부들이 서로에게 가장 요긴한 '3분 도시락 반찬'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어 금세 소문을 탔다. 18년이 지난 지금은 레시피 210만개 이상이 등록돼 매월 5500만명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검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매월 1200만명이 방문한다.
쿡패드의 남다른 색깔과 아이디어는 본사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실감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30명이 동시에 칼질할 수 있는 널찍한 주방, 일렬로 늘어선 대형 냉장고, 카페처럼 꾸며진 원목 테이블,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직원들은 앉고 싶은 자리에 머그잔과 노트북을 놓고 업무에 몰두하다가 식사 시간에는 회원들이 올린 레시피로 주방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쿡패드의 주요 수익원은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다. 일반 회원에게는 레시피가 선착순으로 검색되지만, 한 달에 3000원 정도를 내는 프리미엄 회원에게는 레시피의 인기순, 칼로리와 염분, 조리 시간 등의 상세 정보가 제공된다. 프리미엄 회원이 160만명을 넘고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회원이 올리는 콘텐츠를 재가공해 서비스하기 때문에 영업 이윤도 크다.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쿡패드는 연매출 670억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이 됐다.
회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쿡패드는 레시피 기업에서 생활 인프라 기업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농가 직거래 쇼핑몰, 다이어트 카운셀링, 육아 교육 등이 그 예다. 모두 레시피를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삼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