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광희동에서 열린 타지키스탄 독립 24주년 기념행사에서 파미르 고원의 산사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 행사를 마련한 키로모프 살로히딘 주한 타지키스탄 대사는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타지키스탄이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품고 있는 나라라는 것,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파미르 고원이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영상에는 협곡에서 시커먼 흙더미가 떠밀려오는 모습, 산 아래 밭과 가옥들이 순식간에 묻혀버리는 모습 등이 담겼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산 정상 부근의 얼음이 급속히 녹아든 것이 원인이다. 평균 고도 5000m에 이르는 파미르 고원은 히말라야와 힌두쿠시·톈산 산맥 등을 품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충무로 한국·중앙아시아 친선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살로히딘 대사는 "국토의 93%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국가 세일즈'에 나섰다. "국민 대다수가 '산사람'이죠. 산에서 보석과 광물을 캐고, 수력으로 발전기를 돌립니다. 자원은 부족해도 선진 경제를 이룩한 한국이 우리의 성장 모델입니다. 앞으로 윈·윈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파미르 고원 지역을 관할하는 바다흐샨주(州)의 리요에프 누랄리 부주지사도 살로히딘 대사와 함께 만났다. 누랄리 부주지사는 새마을중앙회 초청 외국 공무원 행정 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두 사람은 "타지키스탄에서 산은 삶 그 자체"라고 했다. 누랄리 부주지사는 "이번 산사태로 학교와 병원,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이 크게 파괴됐다"며 "아픔을 겪고 일어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한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두가 새롭게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타지키스탄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처럼 한국을 '경제 발전의 교과서'로 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서울에 대사관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