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각 정권이 선심 쓰듯이 홈쇼핑을 허가해주면서 현재 방송되고 있는 홈쇼핑이 16개나 되는 '홈쇼핑 공화국'이 만들어졌다.
홈쇼핑이 처음 시작된 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당시 케이블TV가 처음 출범하면서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과 39쇼핑(현 CJ오쇼핑)이 등장했다. 첫해엔 매출이 34억원에 그치며 고전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에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N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3개를 추가로 허가했다. 이때부터 홈쇼핑 채널은 케이블TV 업체에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주고, 그 대가로 KBS·MBC·SBS 등 지상파 채널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채널 9번은 KBS, 10번은 홈쇼핑, 11번은 MBC 같은 식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9번, 11번에 홈쇼핑을 배정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GS·CJ·SK·KT 등 무려 10개 업체에 홈쇼핑의 일종인 'T커머스' 사업 허가를 내줬다. T커머스란 상품 안내 방송을 보면서 TV 리모컨으로 구매·결제까지 마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홈앤쇼핑을, 박근혜 정부는 올해 아임쇼핑 등 홈쇼핑 업체를 1개씩 추가로 허가했다.
정부는 허가를 내줄 때마다 '중소기업 제품과 우리 농산물의 유통 판로를 확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은 수입 농산물은 물론이고 명품 가방, 외제차까지 판매하는 채널로 변질됐다.
또 재벌과 대기업은 T커머스를 포함해 총 17개의 홈쇼핑 사업권 가운데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CJ, GS, 현대백화점, 롯데는 TV 홈쇼핑은 물론이고 T커머스 사업권까지 동시에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청권 훼손 등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비판을 받지만, 원천적인 책임은 17개나 되는 홈쇼핑 채널을 대책 없이 허가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입력 2015.09.1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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