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열병식 행사를 지켜봤다. 이날 행사 중 박 대통령의 위치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여러 번 바뀌었다. 상황마다 참석자가 조금씩 바뀌면서 의전상 자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승절 행사는 오전 10시(이하 중국시각)부터 열병식 70분을 포함, 총 90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오전 9시 25분쯤 황금색 재킷 차림으로 톈안먼 광장 뒤쪽 돤먼(端門)에 도착했다. 중국인들은 금색이 복(福)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돤먼을 통과해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시 주석은 공식 예복인 중산복(인민복)을, 펑 여사는 역시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박 대통령이 인사를 나눈 뒤 뒤로 빠지려 하자 펑 여사가 기념촬영을 하자며 손짓과 함께 불렀고, 박 대통령이 웃으며 돌아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중국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미사일, 기갑차량 등 신무기들을 살펴봤더니...]
이날 푸틴 대통령 자리는 시 주석 오른편에 계속 고정됐지만, 박 대통령 자리는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러시아에 대한 의전이 1순위, 한국은 2순위였다. 박 대통령 다음 서열에 선 현직 정상들이 한국의 국력과 비중에는 못 미치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었음을 고려하면, 자리 배치상으로는 박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대신 시 주석은 한국 정상의 첫 열병식 참석이란 의미를 고려,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라며 전담 영접팀을 따로 꾸리게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착석한 채로 별 표정 변화 없이 열병식을 지켜봤다. 다른 정상들이 상당 부분을 서서 관람한 것과 대조됐다. 중국군이 6·25 당시 북한을 지원했던 것 등과 관련해 국내외 일부의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꺼내 쓰기도 했다. 중국 측이 '햇볕이 강하고 차양(遮陽)도 없다'며 착용을 권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 도중 중국 측 안내로 30분 정도 자리를 떠나 성루 안쪽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중국 원로들과도 인사를 나눴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시 주석이 정상들에게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셔도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진 오찬 리셉션 등에서 박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과도 대화를 나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내에서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 슈뢰더 전 총리에게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귀감이 됐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열병식장에서 오른쪽 맨 끝자리를 배정받았다. 이틀간의 행사 동안 박 대통령과 최룡해의 조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2일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1시간 20분간 진행된 환영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과 한·러 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 주석과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