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A(여·24)씨는 낮에는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원래 취업을 하려 했지만 번번이 미끄러지자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섰는데, 생활비가 모자라 노래방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A씨에게 노래방 도우미 일을 소개해준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후배 여학생. 처음엔 노래방 알바가 내키지 않았다는 A씨는 "해보니 괜찮다는 후배 말에 발을 들였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사범대 1학년생인 B(여·20)씨는 같은 과 여자 동기 2명과 일명 '토킹바(talking bar)'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남자 술 손님 옆에 앉아 말 상대를 해주는 일이라지만 사실상 술 시중을 드는 일이다. B씨는 "손님이 신체 접촉을 시도할 때는 꺼림칙하지만 성매매를 하는 건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 세대가 취업난 등 어려움에 내몰리면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 '3포 세대'란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 뛰어들고 범죄에 손을 대고 있다.
서울의 한 여대생(25)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주변에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대학 방학 시즌이 되면 유흥업소 여종업원 중 대학생의 비율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매니저는 "방학 기간에 낮에는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에 유흥업소 일을 하는 여대생들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젊은 여성을 노린 유흥업소 인력 모집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초보자여도 누구나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고수익이 보장된다' '신체 접촉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으로 젊은 여성들을 현혹하는 광고들이다. 일부 유흥업소 종업원 모집책은 대학교 웹사이트에까지 구인 글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발생한 '워터파크 몰카(몰래카메라)'를 찍은 혐의를 받는 최모(여·27)씨는 경찰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최씨가 작년 7~8월 경기·강원 지역 워터파크와 야외 수영장 4곳의 여성 탈의실과 샤워실에서 일반인 여성 200여명의 얼굴과 알몸을 몰래 찍어 동영상을 넘기고 받은 돈은 총 200만원이다. '생활비가 없다'는 이유로 1명당 1만원을 받고 남의 알몸 동영상을 찍은 셈이다.
최씨에게 돈을 주고 '워터파크 몰카'를 찍게 한 강모(33)씨도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다. 지난 29일 강씨를 구속한 용인 동부경찰서는 같은 날 그의 고향 집과 고시텔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해 노트북 컴퓨터 2대와 데스크톱 컴퓨터 3대, 아이패드 1대, 외장 하드디스크 1대, 2G 휴대폰을 확보했다. 강씨는 "컴퓨터가 해킹당했거나 중고로 판 노트북에서 유출된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강씨가 몰카를 인터넷에 유포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컴퓨터 본체를 판다고 거짓말하고 피해자 5명으로부터 17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최근 경찰에 붙잡힌 비정규직 회사원 현모(26)씨도 비슷한 경우다. 2000만원의 도박 빚이 있던 현씨는 이를 갚기 위해 이른바 '중고나라론'이라는 사기를 쳤다.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와 대출을 뜻하는 '론(loan)'의 합성어인 중고나라론은 중고 물품 거래를 빙자해 사기를 쳐 남의 돈을 대출받듯 가로챈다는 뜻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경찰에 적발되기 어려우니 중고나라론을 통해 돈을 마련하라'거나 '중고나라론으로 밑천 마련했다'는 범행 무용담이 버젓이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움에 내몰리면서 돈만 벌 수 있다면 수단은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이 일부 젊은 층 사이에 퍼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적 가치가 도덕이나 공동선 등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진 일부 젊은이 사이에서 돈을 위해선 뭘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