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60) 전 경찰청장은 퇴임 직후인 2012년 6월 펴낸 자서전 ‘도전과 혁신’에서 “경찰청장 재임 당시 인사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다”고 했다. ‘부패 경찰 척결’은 2009∼2010년 경기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재임 시절부터 그의 슬로건이었다.

그는 실제 부패·비리에 연루된 경찰을 가차 없이 파면·해임 조치했다. 부하 직원들은 그에게 ‘조파면’ ‘해파리’ 등의 별명을 붙였다. 경찰청장으로 있던 2012년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 때는 경찰관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 앞에 사죄하며 경찰청장 직속 부패 비리 근절 TF팀까지 발족시켰다. 당시 “아직까지 남아있는 부패 비리가 있다면 완전히 도려내겠다. 부정부패 예방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장 재임 당시의 조현오 전 청장.

청장 직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지금처럼 부정부패 근절 노력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우리 경찰을 향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부패 척결 노력으로 비위가 많이 줄었다며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11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부산 중견 건설업체 실소유주 정모(51)씨로부터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부산 지역 경찰의 인사를 챙겨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청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2010년 8월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3000만원, 경찰청장이던 2011년 7월 휴가차 내려간 부산 해운대 한 호텔 일식당에서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들은 격한 배신감을 털어놓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 과장급 간부 A씨는 “말이나 말지. 청렴결백한 백로(白鷺)인 척하며 부하 직원들에 대해선 파면 해임을 남발해 놓고 자기는 집무실에서 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경기경찰청의 한 간부는 “아직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같은 경찰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면서 “건설 현장 민원, 인사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 사퇴한 전임 강희락 전 청장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조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직 조 전 청장의 혐의를 못 믿겠다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는데, 설마 그럴 리가…”란 반응이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은 듯하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두 얼굴의 경찰청장을 보면서 직원들이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뇌물수수’ 관련 반론보도문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8월12일자 사회면에 '부패 척결 외치던 조현오 前 청장 뇌물 사건에 충격받은 경찰' 제목의 기사에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현오 전 청장은 "뇌물을 수수한 적이 없으며, 해당 사건은 법원 재판에서 유무죄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