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도로 곳곳이 정체다. 더군다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내 휴가를 호소하는 요즘 고속도로는 명절을 방불케 한다.
즐거운 휴가철, 한순간의 실수나 잘못은 교통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한 교통문화를 위해 다양한 정착을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률을 낮추려면 단속이나 법규 강화보다는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해외에서는 교통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까? 세계 각국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공유하는 부산국제광고제의 출품작을 통해 살펴보자.
△ 러시아, 장애인 주차구역 보호 위해 IT기술을 활용
지난 29일부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의 위반 차량과 함께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된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승하차 시 휠체어 탑승 등을 고려해 폭 3.3m 이상으로 일반 주차구역(2.3m)보다 넓다. 이 때문에 주차가 쉽지 않은 중대형 차량이나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 등 많은 사람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실정도 다르지 않다. 러시아에서는 비장애인 30% 이상이 거리낌 없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러시아의 비영리단체 Dislife는 임팩트 있는 ‘장애인 주차 구역 보호 캠페인’을 진행했다.
모스크바의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주차장에 진입하는 자동차의 앞유리를 센서로 인식하게끔 하였다. 장애인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진입 시 홀로그램으로 미리 녹화된 영상이 재생된다.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우의 형상. 홀로그램 속 인물은 주차법률을 지키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다른 곳에 주차하도록 드라이버를 설득한다. 그 결과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았다.
빨간 불일 때 멈추고, 초록 불일 때 건너는 것처럼 표지판과 사이니지는 그 자체로 큰 힘을 지닌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력한 사인도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에 흐려지기도 한다. 기호보다 강한 것은 어쩌면 진심 어린 ‘대화’와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공감’과 ‘각성’이 아닐까.
△ 뉴질랜드, 과속과 신호위반이 만나면...?
지난 7월 경찰청이 발표한 '2014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과속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80명으로 전년(144명) 대비 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인 '교통사고 치사율'은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경우가 1.9%로 10년 이상 15년 미만(2.1%)과 15년 이상(2.2%)보다 오히려 낮았다. 베테랑 운전자가 초보 운전자보다 인명 피해로 연결되는 대형 교통사고를 더 많이 낸다는 의미다.
뉴질랜드에서도 과속은 여전히 많은 수의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그들 또한 대부분 과속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들은 숙련된 운전자의 실수인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 교통국이 제작한 한 광고에서는 과속과 신호위반을 한 두 대의 차량이 충돌하려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운전자의 시간만이 멈춘다. 시간이 멈춘 뒤 그들은 차에서 내려 서로 자신의 실수(Mistake)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 운전자는 뒷좌석에 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지만 사고는 피하지 못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내몬다는 캠페인으로 능숙한 운전자의 실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변화하게 한다.
△ 중국, 인간 교통 표지판이 된 교통사고 피해자
만약 자신의 눈앞에 실수의 결과물이 보인다면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얼마나 변화할까?
전 세계 1/4의 인구가 사는 중국은 매일 3분마다 교통사고로 누군가 다친다. 또 매일 10분마다 누군가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런 수많은 비극도 충분한 경각심만 심어준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 Buick은 지난해 4월 7일 세계 교통안전의 날을 맞이해 도로안전 프로그램(The Road Safety Program)의 일환으로 ‘인간 교통표지판(Human Traffic Sign)’ 캠페인을 시행했다. Buick은 먼저 교통사고를 당한 9명의 사람을 모은 뒤 특별한 임무를 부여한다. 사고가 나기 쉬운 지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을 시간 때 인간 교통표지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많은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 그 결과 해당 지역의 교통사고가 50%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해외 사례는 모두 법적 제재를 통한 것이라기보다는 ‘인식’의 변화를 통해 개선을 가져온 사례들이다. 우리 정부도 이와 마찬가지로 실효성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운전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