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다. 운전 중에도 스마트폰 콜택시 앱을 이용하는 기사가 많아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지난 20일 밤 서울 신촌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씨가 탄 택시가 빨간 신호에 멈춰 선 앞 차량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탑승 직후부터 택시 기사가 사이드브레이크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힐끔힐끔 쳐다봐 불안했던 김씨는 '쿵' 소리와 함께 '올 게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고 처리를 한 이후에도 택시 기사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씨는 "사고까지 났는데도 기사가 게임 중독자처럼 휴대폰 화면을 곁눈질하더라"며 "'카카오택시'라는 알림 소리가 3~5분에 한 번씩 울렸는데 그때마다 핸들이 오락가락해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결국 이씨는 "운전에 집중해달라"고 화를 냈고 기사는 "카카오택시 알림 때문에 그랬다"며 사과했다.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택시'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호출 수 500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는 11만여명에 달하고 전국 택시 30만대 중 35% 이상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 전화를 걸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고, 택시 기사의 얼굴 사진·연락처는 물론 실시간으로 택시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이 주행 중에도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콜 요청'을 확인하느라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사들은 주행 중엔 앱 기능 중 '운행 중' 모드를 선택해 콜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일부 기사가 손님이 내리기도 전에 또 다른 콜을 받기 위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22~24일 사흘간 본지가 만난 카카오택시 이용 택시 기사 30명 중 실제 운행 시간 내내 '운행 중' 모드를 선택한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1명은 운행 중인데도 '빈차' 모드를 선택해 다른 콜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특히 카카오택시 앱을 통해 손님을 태우지 않고 일반 승객을 태운 기사들 휴대전화에서는 모두 주행 중 카카오택시 알림이 울렸다. 휴대전화를 사이드브레이크 주변에 놓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꺼내는 기사도 있었고, 아예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들고 한 손으로만 운전하는 기사도 있었다. 휴대전화 거치대를 눈높이에 설치한 사람은 10명뿐이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기사 김모(53)씨는 "승객이 내리기 10분 전부터 장거리 콜을 빨리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운행 중' 모드를 끈다"며 "휴대전화를 계속 보고 있어야 해서 위험하긴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장거리 콜을 뺏기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택시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또 다른 원인은 참을성 없는 승객들이다. 기사들은 "승객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데 여기에 답장을 안 하면 콜 취소를 당하기 때문에 운전 중에 한눈을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카카오택시는 앱을 통해 배차된 손님과 기사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기사님의 안전 운전을 위해 꼭 필요한 메시지만 보내주세요'라는 앱 안내에도 일부 손님들은 기사에게 빨리 오라며 닦달하는 문자를 보낸다. 기사 최모(41)씨는 "종종 콜을 불러놓고 '어디냐', '왜 안 오느냐' 메시지를 여러 개 보내는 진상 손님들이 있다"고 했다. 고령인 택시 기사들이 앱의 작은 글씨를 잘 읽지 못해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사 김모(58)씨는 "한 번은 (앱 화면에 뜬) 목적지 상세주소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차 앞으로 뛰어드는 사람을 못 봐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택시 측은 서비스에 가입된 기사들이 휴대전화 거치대를 설치했는지, 주행 중에 '운행 중' 모드를 켜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사들의 주행 중 휴대전화 조작에 대해 카카오택시가 관여할 방법은 없다. 안전 운행을 당부하는 공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카카오택시는 단순히 휴대전화를 보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콜 수락 여부, 콜 거리 계산 등을 생각하느라 기사의 집중력을 떨어지게 한다"며 "주행 중 DMB 시청을 규제하는 것처럼 주행 중엔 콜 신청을 받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주행 중 손님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