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검토 지시와 관련해 "통 큰 사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는 16일 예정된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폭넓은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키로 했다. 생계형 서민 사면뿐 아니라 기업인 사면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회동 전후 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특사는) 국민의 삶이 힘든 시점에서 국민 대통합과 경제 회복을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국가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생계형 서민 범죄와 관련해 일제 대사면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급적이면 통 큰 사면을 통해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진행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여당 지도부는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사 관련 논의를 했고, 16일 대통령에게 기업인 등의 사면을 건의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사에 대한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결과 '특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기업인 사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청원 최고위원은 "대통령께 경제 활성화나 국민 화합을 위해 폭넓은 사면을 건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인제 최고위원도 "국민 정서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생계형 외에도 기업인·공무원 등을 포함하는 화합형 사면이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의견들을 받아 적기만 했다고 한다.
한 친박(親朴)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모든 수단 방법을 써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것은 사면에 대한 기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사면에 기업인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여권 안팎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사면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기업인들도 사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며 "SK의 경우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불과 2년 만에 그룹 매출이 6조원 이상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인 사면에 대해선 부정적 관측이 많았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화합을 명분으로 전(前) 정권이나 야당 인사를 사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굳이 이 시점에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정권 인사 가운데서는 홍사덕 전 의원 외에 사면 대상자가 없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면과 관련, 대변인을 통해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문재인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공개 최고위나 고위전략회의 등에서도 사면 문제가 거론된 적이 없다고 한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명확한 공정성과 객관적인 원칙을 갖고 특사를 한다면 야당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재벌과 기업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당초 오늘 아침 회의 때 사면과 관련한 발언을 하려고 했다가 취소했다"며 "그건 문 대표가 하실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야당 정치인 가운데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광재·정봉주 전 의원 등이다.
야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이뤄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사면 로비 논란과 관련이 있다. 당시 친노 인사들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 아니냐"고 했었다. 당 관계자는 "성 전 회장 특사 논란을 계기로 우리가 누구의 사면을 요구하거나 현 대통령의 특사 지시를 욕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친노 진영이 모두 이광재 전 의원 등의 사면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