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하나 없이 매끈하고 은은한 색의 상판, 날렵한 다리와 섬세한 운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옛것이지만 모던한 디자인으로 현대의 여느 공간에도 썩 잘 어울린다. 작지만 매력적인 나주반이 만들어지는 김춘식 명장의 공방을 찾았다.

서양의 입식 식탁이 대중화된 현대에서 소반을 갖추고 있는 가정은 극히 드물다. 전남 나주에서 만드는 나주반도 한때 맥이 끊긴 적이 있다. 자취를 감출 뻔한 나주반은 김춘식 명인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19살부터 목수 일을 배웠어요. 목수 일을 배웠던 팔촌형이 어느 날 나주반을 배워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상을 만들어 팔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면서요. 그렇게 소반을 만들기 시작했죠.

어느 날 특별한 상 주문이 들어왔는데 제 실력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것이었어요. 솜씨 좋은 장인을 수소문했으나 나주반을 제대로 만드는 이를 찾을 수가 없었죠. 주문받은 상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부터 나주반에 대해 관심이 생기더군요. 나주반의 원형을 찾아보기로 작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헌 상을 고치는 일이었어요. 영산포에 정착하면서 중앙동에 공방을 마련하여 10년 넘게 헌 상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나주반의 구조와 제작법을 독학했습니다."

나주 지역은 전통적으로 목공예가 성행했던 지역으로 나주 읍내에는 이소목방, 박소목방, 선소목방 등 다수의 공방이 있었다. 박판구, 이석규, 이운연, 우상숙, 장인태 등이 전통적인 방법을 유지하며 나주반을 만들었으나 모두 사망하고 현재는 김춘식 명장만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구식 입식 식탁이 발달하면서 소반을 사용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천연재료로 만드는 데다 모든 과정이 수공으로 이루어지기에 서민이 선뜻 소반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도 사실이죠.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어요. 한번은 부산에 있는 공예학교에서 선생으로 와달라는 달콤한 유혹도 받았죠. 아이 넷을 키우기가 힘들었던 아내는 당장 수락하라고 성화였지만 몇십 년 동안 업으로 생각했던 소반 만들기를 놓을 순 없었어요. 고민 끝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소반을 만들 수 있는 공방을 함께 만들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어요. 교사를 위해 공방을 만들어주는 학교가 그 시절엔 흔하지 않았거든요. 교사 제안을 거절한 뒤 한동안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지금은 영민 씨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소반을 함께 만들고 있다.
"막둥이가 소반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이 했어요. 제 손을 보세요. 톱질로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갔어요. 소반을 만든다는 것이,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걸 아들이 하겠다고 하니 마음이 정말 아프더군요. 그래도 고집을 꺾을 순 없어 아들에게 내건 조건이 대학원까지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미술 공부를 제대로 해서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라는 의미였죠. 아들이 소반을 만들기 시작한 지도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옛 소반 만들기에만 그치지 않고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현대인들도 좋아할 만한 모던한 디자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김춘식 명장은 나주반을 사는 이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이 있다. 소반을 사서 절대로 모셔두지 말고 사용하라는 것이다.
"고가의 상이 아까워 사용하지 못하고 모셔두면 오히려 수명이 줄어들어요. 나무의 특성상 매일 적절한 수분을 주어야만 상의 형태가 망가지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리고 젖은 행주로 매일 닦아주면 소반을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지요. 사용하지 않고 모셔두면 오히려 수분 공급이 되지 않아 상에 금이 가거나 틀어질 수도 있어요. 나무는 소반이 되어서도 살아 있기 때문이죠."

소박하지만 정교하고 튼튼한 나주반의 매력
소반의 제작은 대체로 소규모 가내수공이었기 때문에 각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다르다. 소반의 상머리에는 제작소의 이름이 새겨지기 마련인데, 생산지에 따라 소반의 특징이 달랐기에 고장의 이름이 소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이 대표적이다.

나주 소반이 유명한 까닭은 왕실에서 많이 쓰는 황칠을 나주목에서 수집하여 진상했던 것과 관계가 깊다. 또한 나주를 중심으로 인근에 질 좋은 나무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주반의 특징은 잡다한 장식 없이 간결하게 꾸며진다는 거지요. 반면 내부구조는 매우 정교하고 튼튼합니다. 또한 나무의 결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옻칠을 사용해 검붉게 피어오른 부드러운 광택이 아름다워요. 이밖에도 상판에서 전을 내지 않고 변죽을 따로 만들어 판에 엇물리게 접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의 소반에 비해 전이 두껍고 상판이 휘거나 쪼개지지 않아 견실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나주반의 형태는 다각형이 많으며, 반 바로 밑에 운문각이라고 부르는 테를 끼우고 이 테두리를 따라 다리의 상부를 끼워 반의 힘을 받게 합니다. 이처럼 나주반은 소박하고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것이 멋이지요."

나주반의 재료목은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이 대표적이며 이 중에서도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통판을 제일로 친다. 느티나무는 겉은 울퉁불퉁하지만 나무를 잘라 단면을 보면 무늬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버드나무나 은행나무를 사용하는데 옹이가 없고 매끈한 것이 좋다. 다리와 운각은 단단하고 강하면서 잘 휘어지는 조선 소나무와 버드나무를 사용한다. 다른 부자재 역시 곳곳에 알맞은 나무를 골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나무를 구한 뒤에는 바로 사용하지 않고 5~10년 정도 노상에서 눈비를 맞혀가며 둔다. 습기를 머금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무가 단단해지면서 쉽게 형태가 틀어지지 않는다. 완벽하게 재료가 준비되면 비로소 나주반을 만들 수 있다. 나주반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로 짜 맞추기 때문에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력도 많이 든다. 또한 깎고 다듬는 잔손질이 많이 필요하다. 제작기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변죽기법이다. 변죽은 상 가장자리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변죽 이음매에는 대나무 못을 쳐서 견고함을 더한다. 변죽을 대는 이유는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는 목재의 특성으로 상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소반의 형태가 완성되면 중요한 공정 중 하나인 옻칠이 시작된다. 옻칠은 일정한 습도와 온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옛날에는 바닥에 흙과 짚을 깐 후 물을 축여가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방법으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켰으나 지금은 칠장을 따로 만들어 옻칠을 한다. 소반에 8번 정도 칠을 하면 검은색 빛의 소반이 완성된다. 이 검은 소반은 사용하면서 색이 바뀌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검붉은 빛이 올라온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맑은 대춧빛처럼 소반의 칠색이 변하여 상판의 나뭇결이 드러나는데, 이 역시 나주반의 매력 중 하나다.

“전통의 것을 이어가는 장인 중에는 미련한 사람들이 많아요. 저 또한 그렇죠. 미련하지 않고서야 그 고독하고 힘든 일을 평생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무조건 전통의 것을 사랑해달라는 건 아닙니다. 현대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전통은 그 맥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나주반은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도 현대인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전통입니다. 아름다운 전통이 현대인들의 생활 안에서, 전통의 기법은 살리고 디자인과 실용적인 면은 발달해가며 발전하고 사랑받았으면 하는 것이 제 꿈이자 바람입니다.”

나주반에 차려낸 김민지 셰프의 여름 별미
소반은 식기를 받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쓰는 작은 상으로, 다른 가구와 달리 계층을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한 생활필수품이었다고 해요.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겸상보다는 독상이 주로 사용되었고, 제례나 혼례 등 크고 작은 행사로 인하여 여러 종류의 상이 필요하게 되었다지요. 자연히 소반 제작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조상들의 생활이 담긴 소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접하고 나니 왠지 모를 숙연함까지 느껴지네요.
무엇보다 나주반의 간결하지만 섬세한 디자인이 마음에 꼭 듭니다. 화장기 없는 고운 여인 같은 자태는 그 위에 올라가는 음식을 돋보이게 해준답니다. 가볍고 이동이 편리해 가지고 다니며 풍류를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을 듯싶고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소반에 냉면을 얹어 부부가 오순도순 먹기에도 좋고, 손님이 오셨을 때 차가운 과일과 차를 함께 내면 운치가 더해져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해질 것만 같네요.


멸치액젓소스 가지샐러드
기본 재료 가지·양파·홍고추 1개씩, 풋고추 3개
멸치액젓소스 재료 샐러드유 4큰술, 멸치액젓·간장·식초·고춧가루 1큰술씩, 다진마늘·설탕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가지는 4㎝ 길이로 썰고 마른 프라이팬에 속이 익도록 중불에서 앞뒤로 굽는다. 2 양파는 채 썰고 홍고추와 풋고추는 길이로 잘라 씨를 제거한 다음 곱게 채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멸치액젓소스를 만든다. 4 볼에 ⓛ의 가지와 ②의 채 썬 채소를 넣어 섞은 뒤 먹기 직전에 멸치액젓소스를 뿌려 상에 낸다.

잣국수
기본 재료 소면 100g, 잣 150g, 우유 200㎖, 소금 ½작은술, 밤채·대추채·검은깨 약간씩
만드는 법 1 믹서에 잣과 우유, 소금을 넣어 아주 곱게 간다. 2 끓는 물에 소면을 넣고 삶은 뒤 찬물에 비벼가며 씻어 건져둔다. 3 면기에 소면을 타래 지어 올리고 ⓛ을 부은 뒤 밤채와 대추, 검은깨를 올려 낸다.


과일과 메밀차
기본 재료 수박·참외·골드키위·산딸기·블루베리 적당량씩, 메밀차 적당량
만드는 법 1 수박과 참외, 골드키위는 껍질을 제거한 뒤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산딸기와 블루베리를 사이사이에 예쁘게 올린다. 2 메밀차를 우려 과일과 함께 낸다.

멸치고추쌈장
기본 재료 청양고추 3개, 풋고추·홍고추 1개씩, 국물용 멸치 50g, 국간장 약간
만드는 법 1 청양고추와 풋고추, 홍고추는 꼭지를 제거한 후 큼직하게 썰고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다. 2 믹서에 ①을 넣고 식감이 느껴지게 간다. 3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②를 넣고 타지 않게 볶다가 고추가 익으면 국간장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춘다.


닭고기견과류쌈장
기본 재료 다진 닭고기 200g, 견과류 20g
닭고기 밑간 재료 다진 마늘·참기름 1작은술씩, 간장·고추장·고춧가루·설탕·생강즙·깨소금 ½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양념 재료 된장 100g, 고추장 50g, 고춧가루 ½작은술, 다진 마늘·참기름·들기름·깨소금 1작은술씩, 다진 홍고추 50g
만드는 법 1 다진 닭고기는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닭고기 밑간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둔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3 프라이팬에 ①의 밑간한 닭고기를 볶다가 ②의 양념을 넣어 마늘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볶은 다음 그릇에 담고 견과류를 뿌려 낸다.

미역냉국
기본 재료 불린 미역 30g, 송송 썬 청양고추·홍고추 약간씩, 송송 썬 대파 적당량 냉국 재료 물 600㎖, 식초 5큰술, 설탕 3큰술, 국간장 1큰술
만드는 법 1 분량의 냉국 재료를 섞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은 뒤 냉장고에 차게 둔다. 2 볼에 불린 미역, 송송 썬 청양고추와 홍고추, 대파를 넣은 뒤 ①의 냉국을 부어 잘 섞은 다음 그릇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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