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로’라는 바보 흑인이 등장하는 미국 코미디 뮤지컬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의 1900년대 포스터. 왼쪽 인물이 분장 전 백인 배우 모습이고 오른쪽이 흑인으로 분장한 모습.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코미디언 마크 마론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노예제도의 유산인 짐 크로(Jim Crow)법의 그늘은 여전하다. 인종주의는 미국인의 DNA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이 발언은 21일 찰스턴 흑인 교회 총기 난사 사건 직후에 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했다. 짐 크로법은 무엇이고, 미국 최고권력자가 이 법을 언급한 의도는 무엇일까.

짐 크로법은 미국 남부 11개 주에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됐던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유색인종 분리'를 골자로 한 법이다. 1896년 미국 연방법원이 "분리되었지만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며 합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법은 준노예제도인 '흑인단속법' 제정에 실패한 남부 지역에서 내용을 완화시켜 내놓은 것으로 사실상의 '미국식 카스트제도'다. 법의 명칭인 '짐 크로'는 1830년대 미국 코미디 뮤지컬에서 백인 배우가 연기해 유명해진 바보 흑인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다. 흑인들은 이 법에 따라 식당·화장실·극장·버스 등 시설에서 백인과 분리돼 열등한 대우를 받았고 군대에서도 차별받았다. 이 법은 시민권법(1964년)과 투표권법(1965년)의 제정으로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