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9)의 KBO리그 사상 첫 통산 400홈런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었던 2003년 시즌 56호 홈런을 떠올리게 했다. 통산 400홈런과 시즌 56홈런 모두 이승엽이 기록한 것이지만 어느 기록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갈릴 수 있다.

▲ 화제성·긴박함은 시즌 56홈런
화제성은 시즌 56홈런이 더 컸다. 한 시즌 내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박감이 더 높았다. 2003년 이승엽은 기록적인 홈런 행진으로 시즌 내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 78경기 만에 40홈런을 돌파하더니 108번째 경기에서 50홈런 고지를 점령하며 오 사다하루가 세운 55홈런에 바짝 다가섰다.

이때부터 이승엽 홈런볼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외야로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승엽은 125번째 경기에서 55홈런으로 아시아 최다 타이 기록을 세웠고,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56호 신기록을 달성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승엽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타이틀 중 하나가 시즌 56홈런이다.

하지만 56호 홈런은 이제 아시아 신기록은 아니다. 2013년 일본프로야구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60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박병호(넥센)가 52홈런을 폭발하며 이승엽 기록에 근접했다. 올해부터 144경기 체제로 133경기 체제 2003년보다 56홈런 도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만 해도 19개 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에릭 테임즈(NC)는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52.6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이승엽의 56홈런에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 기록을 넘은 최초 상징성에서 이승엽에 따라갈 수 없다.

▲ 기록의 가치는 통산 400홈런
반면 통산 400홈런은 시즌 56홈런에 비해 긴장감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즌이 종료되면 끝나는 56홈런 도저과 달리 통산 기록인 400홈런은 마감시한이 따로 없다. 2003년 56호 홈런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함이나 화제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데뷔 때부터 꾸준하게 쌓아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상당하다.

당분간 통산 400홈런이 절대 깰 수 없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은 KBO리그에서 400홈런은 이승엽이 최초이고, 그 다음을 400홈런을 넘볼 수 있는 선수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통산 기록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56홈런보다 희소성이 높다.

한화 김태균이 통산 240홈런으로 역대 13위이자 현역 선수로는 이승엽-이호준(299개)에 이어 3위에 있지만 지금 홈런 페이스를 9년 더 유지해야 400홈런 도달이 가능하다. 최근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넥센 박병호도 연평균 30홈런을 7년간 이어가야 400홈런을 넘볼 수 있다. 그에게는 해외 진출의 변수도 있다. "몇 세대는 지나야 깨질 것"이라는 류중일 감독 말대로 통산 400홈런이 시즌 56홈런보다 더 깨기 어려울 것이다.

프로의 가치는 결국 돈이다. 이승엽의 56호 홈런볼은 삼성 구단 협력업체 직원이 잡아 기증해 경매로 부쳐지지 않았다. 55호 홈런볼은 TV 경매로 1억2500만원에 낙찰됐지만, 당사자가 구매 의사를 마지막에 철회해 없던 일이 됐다. 통산 400호 홈런볼도 경매에 부치면 최소 1억원 이상의 호가를 누릴 전망이다.

waw@osen.co.kr

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