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난 3월 27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두 단체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2016년 3월 27일까지 통합을 완료해야 한다. 두 단체의 통합은 체육계의 오랜 숙제였다. 이원화됐던 체육 정책을 단일화해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입김 등 외부 환경과 상호 이해관계 때문에 그동안 표류를 거듭하다 지난해부터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 끝에 어렵게 합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통합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통합준비위원회의 구성이나 방법, 시기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양 단체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과 국민생활체육회 강영중 회장의 기고를 통해 양 단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과거 한국 체육 100년의 정통성 계승하며 시스템 구축을
학교체육·전문체육·생활체육 선순환시킬 능력 가지면서
우수 선수 육성 '국가올림픽위원회' 기능도 함께 수행해야"

요즘 체육계의 화두(話頭)인 체육단체 통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 체육을 떠받치고 있는 두 단체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체육회는 1920년 민족의 선각자들이 3·1운동의 민족정신을 계승하여 민간이 주도하는 조선체육회로 창립되었다. 정부 수립(1948년 8월 15일) 전인 1947년에 조선올림픽위원회(KOC)가 설립되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했다. 1964년 대한체육회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분리되어 운영되다가 1968년 정부의 체육기구 일원화 방침에 따라 대한체육회에 대한올림픽위원회와 대한학교체육회가 통합됐다. 국민생활체육회는 1991년 당시 체육청소년부가 국민생활체육협의회를 사단법인으로 허가하며 창립됐고, 올해 법정법인이 되었다.

통합체육회는 이러한 양 단체의 역사적 태생을 기반으로 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체육단체로 설립되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체육 활동을 범국민화하여 학교 체육, 생활 체육의 진흥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스포츠를 통한 국민 행복을 실현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엘리트 체육을 진흥하여 국제친선 도모와 국위를 선양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대한 독점적 교섭권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통합체육회의 미래는 양 단체의 통합을 어떻게 이루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단체의 통합은 단순히 두 개의 체육 단체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통합을 통해 상호 보완하고 동반 상승하기 위해서는 그 방향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미래 한국 체육의 100년을 지탱할 튼튼한 새집을 짓기 위해서는 과거 한국 체육 100년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자율, 자생, 자립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학교 체육-전문 체육-생활 체육을 선순환시킬 능력을 지니면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체육단체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운동에 소질 있는 학생은 전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그 외 학생들 역시 스포츠 클럽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우수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올림픽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제 친선과 국위 선양에 힘쓰고, 올림픽 정신 보급에도 앞장서야 한다.

셋째, 통합체육회의 조직 구조를 설계할 때 조직의 미션과 비전,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여 미래 한국 체육 100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양 단체의 분리 운영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신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넷째, 통합의 양 당사자인 대한체육회 및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양 단체의 지부, 가맹 조직인 지역 및 종목 단체, 그리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접점이 될 학교 체육 관계자의 의견 등을 통합안에 적절히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 지역 및 종목 단체 등과 조화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스포츠 선진 조직 모형을 창출해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 마련
체육인들끼리 알량한 자리다툼·기득권 지키기 돼선 안돼
양측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해야 '국민 스포츠 복지' 실현"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의 통합은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해 왔지만, 메달 획득 방식이나 체육 복지 측면에서는 스포츠 선진국과 많은 격차를 보여 왔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 스포츠 클럽에서 국민이 폭넓게 생활 체육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우수 선수들이 발굴되고, 은퇴 선수가 생활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스포츠 선진국이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생활 체육의 튼실한 기반 위에 전문 체육이 연계·발전하는 스포츠 클럽 제도와 문화를 갖고 있다. 생활 체육과 전문 체육이 분리·운영되고 있는 우리에겐 체육단체 통합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런데 체육계 일각에서는 통합 작업을 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혁의 과정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다소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도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체육인들끼리 알량한 자리다툼을 하거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된다. 통합은 우리나라 체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정부와 국회 여야(與野)가 동의하고, 체육단체 이해 관계자들이 합의한 결정이다. 체육인들은 그 민주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의 당위성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의지를 결집하는 것이다. 법률에서 명시한 것처럼 1년 이내에 통합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합에 협력해야 한다. 지역 체육단체와 종목경기단체 역시 풀뿌리 체육의 저변을 넓히고, 종목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통합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작용은 최소화시키고,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 통합 과정에는 통합준비위원회의 역할과 책무가 크다. 체육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통합의 근본적인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대한체육회는 생활 체육 진흥보다는 전문 체육 육성에만 치중해 왔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가 탄생한 것은 생활 체육 진흥에 대한 국민적 요구였다. 2개의 체육단체는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이원화'라는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통합체육회가 그 과오를 답습할 수는 없다.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상생 발전하려면 조직 통합이 아니라 기능의 통합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체육단체 통합은 체육 선진화를 위한 과정일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통합준비위원들의 분명한 철학과 원칙을 주문하고 싶다. 체육단체 통합은 국민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 for all)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국민이 스포츠를 기본권으로, 진정한 복지로 누리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통합의 궁극적인 가치를 둬야 한다. 체육계의 많은 지도자가 시간과 경제적인 희생을 감내하면서 헌신 봉사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가 '보편적 복지'라는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통합체육회가 연착륙하여 선진 스포츠 복지국가, 국민 행복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