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내부의 '혁신 보고서'가 누출된 이래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1년간 디지털 움직임은 세계 미디어업계의 주목거리였다. 보고서 요지는 버즈피드 같은 인터넷 뉴스 매체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스북 등과 비교할 때 콘텐츠 생산과 유통 방식, 의사 결정 구조 등에서 163년 된 이 권위지의 디지털 대응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NYT는 지난 8일부터 25명 남짓한 에디터가 모여 다음 날 신문 1면에 실을 기사 5~6건을 최종 엄선하는 오후 4시의 '페이지 원(Page One)' 미팅을 폐지했다. 대신에 같은 인력이 그날 오후와 다음 날 기획성 콘텐츠를 어떻게 PC와 모바일에서 전달할지를 논한다. 다음 날 신문 1면은 오후 3시 반 몇 명만 모여서 결정한다.
NYT는 또 외부 언론인과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에게만 간간이 참관을 허용했던 이 '페이지 원' 미팅에 얼마 전부터 '투명성'을 내세워 광고주들을 초청한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광고주들에게 다음 날 신문의 얼굴을 미리 알려주는 새 관행은 함께 디지털 고민을 하는 다른 언론사들에도 '편집·광고 분리' 원칙의 파격(破格)으로 여겨졌다. NYT가 '유료 게재물(paid post)'이란 낯선 타이틀 아래 기사 콘텐츠보다 더 멋있게 제작한다는 광고 제작물도 미 언론계에선 적지 않은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주부터 NYT와 가디언 등 영미권 주요 언론사 9곳은 자사(自社)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페이스북 플랫폼 안에서 자사 콘텐츠를 다 볼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최대 디지털 발행인'이 된 페이스북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으로 이해됐다.
NYT가 13개월간 취재했다는 '멋진 손톱 손질 뒤에 숨겨진 가격(The Price of Nice Nails)'이라는 기획 콘텐츠를 7·8일 이틀간 디지털로 먼저 소개한 것도 디지털 적응의 한 방편이었다. NYT는 열독률이 가장 높은 일요판 신문에 게재하던 관행을 깨고 뉴스 콘텐츠 소비가 가장 많은 평일 오전에 이 기획물을 디지털 디바이스에 공개했다. 또 한국어·중국어·스페인어 번역 기사도 동시에 내놔 해외 유료 독자 확산을 꾀했다. NYT 전체 트래픽의 3분의 1이 해외에서 오지만 디지털 유료 독자 중 해외 비율이 매우 낮은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한국계 네일숍 주인들의 '편파 보도' 반발은 제쳐두고라도 네일숍 내 인종차별 현실과 직원들이 노출된 유해성을 다룬 이 기획물은 디지털 면에서도 많은 의문을 자아낸다. 요즘 세상에 한글 원고지로 300장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뉴스를 모바일 화면을 수십 번 내려가며 읽을 독자가 얼마나 될까. 또 해외 지식인들이 굳이 돈을 내고 NYT에서 얻고자 하는 퀄리티 뉴스가 이런 것일까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한편 하루의 주요 뉴스를 정리해주는 'NYT 나우(Now)' 앱이 11일 무료로 전환하면서 콘텐츠를 주요 뉴스와 칼럼(Opinion), 쿠킹(Cooking) 등으로 쪼개 팔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거나 유료화 시기가 미뤄졌다.
NYT의 지난 1년간 변화 시도는 디지털 격변에도 어느 사회에서든 퀄리티 뉴스를 제공하는 막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전통적 언론사들이 겪는 디지털 변혁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듯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