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DB

“사회가 진화할수록 ‘잊혀질 권리’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15일 서울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적용대상 및 절차를 마련한 ‘잊혀질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무분별한 개인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온라인상 개인 정보를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3월 야후재팬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발표, 개인의 온라인 게시글·개인정보 등을 대신 삭제해주는 ‘디지털 세탁’ 업체의 성행 등의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다시 오픈한 중년 남녀 중개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경우 가입비는 무료지만 탈퇴비가 따로 있다. 탈퇴비는 웹사이트 활동 삭제의 대가”라며 “인터넷 서비스가 확장하는 만큼 그 그늘도 커지고 있어 디지털 흔적 처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회사 이마케터는 올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가 30억7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개인정보 삭제는 필수불가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혼자 쓰는 게시판에 올린 욕을 비롯해 민감한 정보마저 자동 수집돼 여러 경로로 유통되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합리적인 판단 절차를 만들어, 요청시 개인정보를 없앨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리행사 주체,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잊혀질 권리’에 언론사의 기사를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신중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EU(유럽연합)와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좁은 범위 내에서 엄격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해 5월 “구글은 개인의 요청이 있을시에 개인 데이터가 포함된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서 제거해야한다”고 판결한 뒤 “이용자가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별도 창구를 마련할 것”을 명령했다. 지난 3월에는 야후재팬이 네티즌의 개인정보 삭제 요청시 판단 기준을 제공할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잊혀질 권리도 중요하지만 알 권리, 표현의 자유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구글은 지난 1년 간 검색 결과 삭제 신청의 절반 이상(58.7%)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2013년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