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37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210연대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에서 불규칙적인 빠른 총성이 잇따라 울렸다.

이날 사격 훈련장에서 예비군 최모(23)씨가 25m 실 사격을 앞두고 지급받은 실탄 10발들이 탄창을 K2 소총에 장착한 뒤였다. 그는 사격장 1사로(射路)에 엎드려 표적을 향해 1발 쏜 뒤 갑자기 함께 훈련 받던 동료들을 향해 7발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 ‘관심병사’였던 그는 총 없이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예비군(부사수)과 2·3·5사로에 있던 예비군 등에게 총을 난사한 뒤 자신의 이마에도 쐈다. 모두 9발이었다. 최씨를 포함해 순식간에 5명이 쓰러지며 예비군 50여명이 모여있던 사격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함께 있던 예비군들은 혼비백산했다. 사격을 통제하던 군 간부 3명과 조교 6명 등 9명도 마찬가지였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 송파 예비군훈련장 입구에서 군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씨를 포함한 사상자는 모두 2박 3일 동원 훈련차 지난 12일 입소한 예비군들이었다. 총을 난사한 최씨는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부상자 4명 중 3사로에 있던 박모(24)씨는 머리에 중상을 입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숨졌다.

다른 부상자인 윤모(24)씨, 황모(22)씨, 안모(25)씨도 각각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국군수도병원으로 나뉘어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목 관통상을 입은 윤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와 안씨는 중상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병원 측이 밝혔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장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사고 후 현장을 확인한 군 관계자는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사격장 사로에는 사상자들의 피가 튀었다. 인근 주민들은 “사격장에서 평소와는 다른 간격의 총성이 울렸고 잠시 후 갑자기 조용해졌다”고도 했다.

사고 현장인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의 동원 예비군들은 퇴소를 못 하고 현재 내무반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훈련장에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예정돼 있던 4시간짜리 다른 예비군 훈련은 취소됐다. 군은 훈련장에 도착한 예비군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장 출입을 통제하고 사고 대책반을 편성해 사건 경위를 확인 중이다. 최씨가 유서나 다른 메모를 남겨놨는지도 확인 중이다. 그러나 그가 총기를 난사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최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찰에도 수사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건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와 관련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국과 필리핀 등을 돌며 군사외교 활동 중인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14일 조기 귀국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