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은 '임시 구호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수선했다. 매표창구는 봉인됐고, 대신 그 앞에 접이식 책상을 붙인 임시 매표소가 설치됐다. 직원 4명이 책상 위에 컴퓨터와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올려놓고 좌석표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그 뒤로 '현금만 있으신 경우 유인 창구에서 좌석표를 받으시고, 요금은 차량 탑승 시 검표원 또는 기사님께 지불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승객 손동호(43)씨는 "급한 지방 출장이 잡혀서 왔는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고 했다.

하루 7만명이 이용하는 남부터미널이 이렇게 된 건 터미널을 놓고 벌어진 법정 다툼 때문이다. 터미널 부지와 건물 소유자는 대한전선 계열사인 '엔티개발 제일차 피에프브이'인데, 2008년 7월 경안레저산업과 임대 계약을 맺은 이후 경안 측이 터미널을 운영해왔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부지·건물 소유주와 시설 운영사 간 법적 분쟁이 벌어져 기존 매표 시설에 대한 강제 철거가 진행되면서 버스 이용객들이 접이식 책상을 이어붙인 임시 매표소에서 발권하고 있다.

엔티 측은 그러나 "경안이 2010년 7월 계약 만료 후에도 계약 갱신 없이 터미널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면서 2013년 부지와 건물을 넘겨달라고 요구하는 소송(명도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작년 8월 엔티 측 손을 들어줬다. 경안은 이에 항소했고, 명도소송 강제 집행에 따른 매표 시설 강제 철거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철거가 미뤄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8개월 만인 지난 1일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엔티 측의 손을 들어줘 강제 철거에 들어간 것이다. 남부터미널 매표 시설 강제 철거는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뤄졌다.

이런 다툼으로 불편을 떠안은 건 터미널 이용객들이다. 인터넷 예매 시스템이 사전에 충분한 고지 없이 6일부터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5월 4일 이전에 기존 인터넷 예매 시스템으로 예약한 경우에는 취소, 환불, 시간 변경도 불가능하다.

엔티 측은 급한 대로 유인 승차권 발매 창구와 무인 발매기 16대를 임시로 설치했다. 하지만 유인 창구에서도 현금 결제는 불가능해 신용카드가 없는 이들은 창구에서 승차권을 받은 뒤 버스에 탈 때 기사에게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