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졸업생 30만명에게 매달 발송되는 '연세동문회보' 4월호 1면에는 '긴급! 백양나무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큼지막한 공고가 실렸다. '백양로(路)에 심을 백양나무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백양나무가 있으면 기부를 받거나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백양로는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에서 본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공고는 연세대 백양로사업단과 대외협력처가 냈다. 학교 측이 지난해부터 백양로 지하를 주차장과 학생 문화 공간 등으로 개발하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백양로에 있던 백양나무 세 그루를 모두 뽑았는데, 다시 구할 길이 없어 비상이 걸린 것이다.
1960년대까지 550m에 달하는 백양로 좌우엔 백양나무가 빼곡했고, 그래서 백양로라 불렀다. 하지만 이후 꽃가루가 심하게 날린다는 등의 이유로, 가장 굵고 큰 백양나무 세 그루만 남겨두고 모두 은행나무로 대체됐다. 그러다 대학 측이 백양로 지하에 공간을 만드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 그루의 백양나무도 경기도 일산의 학교 부지로 옮겨 심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백양로엔 백양나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총학생회 등에서 "백양로 사업은 학교의 전통을 존중하지 않은 채 추진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연세대는 백양로 공사를 끝내는 때에 맞춰 백양나무 10여 그루를 심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아직까지 백양나무를 한 그루도 구하지 못했다. 백양나무는 가지치기하면 가지가 썩고 잎 뒷면에 있는 미세한 흰털이 날리는 등 관리가 쉽지 않아 국내 조경 시장에선 잘 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세대 측은 30만 동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동시에 전국 임야에 직원들을 보내 백양나무를 찾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몇몇 동문이 기증 의사를 밝혀 왔지만 아쉽게도 백양나무(은백양나무)가 아니었다"며 "일산으로 옮겨 심은 세 그루를 다시 백양로에 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잦은 이식(移植)이 나무에 좋지 않다고 해 고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