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利敵) 행위와 이적단체 가입, 이적표현물 소지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조항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등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김일성 회고록 등 이적표현물을 보관했다가 기소된 권모(43·여)씨의 신청으로 수원지법이 제청한 국가보안법 7조 5항 위헌법률심판과, 이적단체 가입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의 국보법 7조 1·3·5항 헌법소원 등 국보법 관련 사건 11건 모두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국보법 7조 1항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거나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한 행위를, 3항은 이적단체 가입을, 5항은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재는 먼저 이적 행위 처벌에 대해 "이적 행위의 의미가 국론 분열, 체제 전복 등을 야기하거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뜻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국가 전복 시도 등을 사전에 차단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이적단체 가입의 경우 "단체 활동을 통한 국가 전복의 위험 등을 방지한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적용 요건이 엄격해 특정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단체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도 거의 없다"고 봤다.

이적표현물 소지 금지 조항에 대해선 "전자매체 형식의 표현물이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은 이적 행위 중 '동조' 부분에 대해 "정확히 어떤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인지 경계가 분명치 않다"며 위헌(違憲) 의견을 냈다.

또 이적표현물 소지·취득에 대해 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사람에게 이적 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라며 "소지자의 과거 전력이나 평소 행적 등을 통해 추단되는 이념적 성향만을 근거로 자의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