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8일 미국 백악관 전속 사진사 피트 수아자(Pete Souza)의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차를 타고 링컨 기념관으로 향하는 장면이었다.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기자 입장에서 이 사진이 촬영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두 정상과 함께 차에 타고 촬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근한 이미지는 이처럼 근거리에서 찍은 이 사진사의 사진들이다. 아내인 미셸 오바마와 춤을 추거나 어린이와 장난을 치고,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등을 통해 대통령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대통령들 사진은 한결같이 회의나 행사장에서 굳어 있는 모습이거나 딱딱하고 권위적인 장면들이다. 한 사진가는 "우리 대통령 사진은 전부 '인증샷' 같다"고 했다. 이런 차이는 사진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우선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와 사진을 공개하는 방법이 다르다. 백악관은 보안 단계를 거친 사람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촬영하게 해준다. 또 전속 사진사에게는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할 권한이 보장된다. 공식 행사 외에도 대통령의 일상 또한 기록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공식 행사에서조차 기자는 물론이고 전속 사진사까지 "5분만 촬영하고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비교된다.
사진 공개 기준도 다르다. 백악관은 홍보 부서 등을 거쳐 오바마 사진이 공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사적인 활동 사진이 대거 포함된다. 반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모든 사진을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편집하는데, 공식 행사 사진 위주로 걸러진다. 늘 권위적이고 근엄한 모습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도 과거 몇몇 사진가와 기자가 대통령의 다양한 이야기를 찍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청와대와의 잦은 마찰로 포기해야 했다. 접근은 허락되지 않았고 공개에도 심한 제약을 받았다. 대통령의 모든 행동은 기록돼야 할 역사의 대상이고, 청와대는 그 기록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는 소통을 위한 좋은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