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을 해제하려고 할 때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돈은 '실제로 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계약서상 '약정 계약금'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김모(64)씨가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아파트 매도인 주모(73)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주씨는 김씨로부터 받은 계약금 1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8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3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한 채를 11억원에 사기로 주인 주씨와 계약하면서 계약금 1억1000만원 중 1000만원을 먼저 송금하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 날 보내기로 약정했다. 실제 김씨는 주씨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그런데 주씨는 다음날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값에 계약을 한 것 같다'며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했고, 남은 1억원을 받기로 한 계좌를 폐쇄했다. 그는 또 이미 받은 계약금 1000만원의 2배인 2000만원을 공탁했다. 두 사람이 쓴 계약서에는 '잔금을 내기 전까지는 주씨가 계약금의 배를 배상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계좌가 폐쇄돼 남은 계약금을 내지 못한 김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주씨가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으나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돈은 실제로 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이라 봐야 한다"며 "주씨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실제로 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일정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것에 반(反)하는 일이며, 받은 돈이 소액일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런 판단대로라면 배상액은 계약금 1억1000만원의 두 배인 2억2000만원이 돼야 하지만 배상액이 너무 크면 법원이 일부 감액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주씨가 김씨에게 줘야 할 배상액을 8700만원으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