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전동휠체어를 타는 뇌병변 1급의 장애인 김동수(48.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김영식(33)씨와 함께 서울 도심의 4백여 미터 남짓한 도로를 함께 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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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휠체어 타는 장애인들에게 어떤 도시일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전동휠체어를 타는 뇌병변 1급의 장애인 김동수(48) 김영식(33)씨와 함께 서울 도심의 400여 미터 남짓한 도로를 함께 걸어 보았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소속인 두 사람은 휠체어 없이 걷는 시민들에겐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 있던 길을 목숨 걸고 휠체어로 가야 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휠체어 두 대가 이태원 1동 주민 센터 방향으로 지나가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곁눈질로 바라봤다. 이날 두 사람이 지나간 거리는 불과 400미터 뿐이었지만 그야말로 고난의 여정이었다. 대로를 따라 걷다 골목 좁은 인도로 들어서자 첫 고비와 마주쳤다. 끊어진 인도 앞 계단에 멈춰선 영식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첫 고비와 마주쳤다. 끊어진 인도 앞 계단에 멈춰선 영식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휠체어 두 대가 차도로 들어서자 위협적인 자동차 경적이 들려왔다. “빵! 빵!” 더구나 추월차선인 1차로 도로로 지나가자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보였다. 전동 휠체어는 법적으로 ‘보행자’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휠체어 이용자가 보상을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차도를 벗어나서 인도 앞으로 들어서려 했지만 높이 12cm 턱에 가로막혀 휠체어를 타고는 오를 수 없었다. 비장애인들에겐 아무 문제가 없는 턱이 그들에겐 가파른 절벽이었다. 영식 씨는 “지나갈 수 있는 높이(2cm 이하)를 법으로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두 대의 전동 휠체어는 차도로 이동하는 내내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과 지나가는 차들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야했다. 턱이 낮은 쪽을 찾아 다시 인도로 올라갔지만 이번엔 곳곳에 깨지고 움푹 파인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 휠체어 중심이 흔들리면 뒤로 넘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종종 빚어졌다.

공사중인 장벽이 인도를 침범하고 있다.

심지어 공사를 하는 건물은 인도를 침범해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들고 있었다. 이태원 앤틱 가구 거리는 휠체어로 이동을 더욱 어렵게 했다. 가게 앞에 내놓은 가구들과 나무계단 등을 피해 휠체어를 몇 번이나 앞뒤로 이동하면서 전진해야 했다.

가게 앞에 내놓은 가구들과 나무계단 등을 피해 휠체어를 몇 번이나 앞뒤로 이동하면서 전진해야 했다.

가로등이 심어져 더욱 좁아진 인도는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었다. 동수 씨는 “불편하다고 아무리 민원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며 “문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당장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 뿐, 이번에 안 되면 다음해라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장애인들에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끊어진 인도 앞 12cm 턱에 휠체어가 멈춰섰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힘겹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주민 센터가 이번엔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경사로 때문에 도움 없이 들어가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호출 벨'도 건물 안에 있어서 있으나 마나 했다. 동수 씨는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인 주민 센터가 여기는 장애인들 이용이 어렵다"고 했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내년에 서울시 예산을 받아 공사를 하려고 준비중"이라고 했다.
장애인들의 보행권 확보는 '자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지만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날 동행한 두 사람은 "장애인의 날만 장애인을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비장애인의 날이 없듯이 그런 날을 특정해서 만드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