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북한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가 자살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뒷산인 봉화산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에는 검찰 수사 이후 힘들었던 착잡한 속내가 드러나 있었다. 유서에는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검찰은 "전직 대통령인 점을 감안해 수사 과정에서 최대한 배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던 서울 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역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했는데, 자살을 결심하기 전날 밤 친형에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생각해보라'는 내용의 입장을 보내 억울함을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을 몰래 복사한 최 경위가 이를 언론사에 제공한 것이라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2004년 3월 서울 한남대교에서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그날 노 대통령은 남 전 사장을 향해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이제 없으면 좋겠다”는 말을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란, 남 전 사장이 대우건설 간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당시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말한다. 노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의 TV 기자회견이 있기 바로 전날,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8월에는 대북송금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현대그룹 본사 12층에서 투신자살해 충격을 줬던 일이 있었다. 정 회장의 자살시점은 대검 중수부에서 세 차례 조사받은 직후였다.

지난 2004년 2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안상영 부산시장이 동성여객 로비사건으로 새 뇌물혐의가 추가되자 압박감에 시달리다 부산구치소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박태영 전남지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 인사 및 납품 비리로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고, 6월에는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던 이준원 파주시장 역시 한강에 몸을 던졌다.

2000년 10월 ‘정현준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수배를 받던 장래찬 당시 금융감독원 비은행 검사 1국장이 서울 시내 한 여관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