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표류하다 66일 만에 구조된 루이스 조던(왼쪽에서 두번째)이 2일(현지시각) 오후 해안경비대 헬리콥터에서 내려 센타라 노퍽 종합 병원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1시 30분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20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독일 국적의 화물선 '휴스턴 익스프레스호'가 자신의 고장난 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루이스 조던(37)을 발견해 구조했다고 CNN 등이 3일 미 해안경비대(USCG)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월 29일 그의 부친인 프랭크 조던이 실종신고를 한 후 66일 만이다.

-4월3일 조선닷컴(☞기사전문)

이 기사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구조 당시 루이스 조던의 ‘상태’(condition)이었습니다. 66일이나 표류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건장한 몸으로 그는 귀환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발견 당시 그의 고기잡이 배는 뒤집혀 있었으며 조던은 선체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구조된 조던은 “해초와 물고기를 날로 먹고 빗물을 받아 마시며 버텼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조난당했나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굶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멀쩡한 몸으로 구조된 조던에 대해 정말로 조난당했던 것이 맞는지 의심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던은 배가 뒤집히는 과정에서 어깨뼈가 부러졌다고 주장했지만 구조된 뒤 병원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TV에 출연 요청에 응했습니다. 유명해진거죠.

구조 전문가들은 오래 표류한 사람은 피부가 화상과 수포, 발진으로 엉망이 되고 심각한 탈수증세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구조된 후 씩씩하게 걷는 조던의 모습에서 이런 표류 후유증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계당국도 이상했던지 표류했던 66일간 그의 신용카드와 은행 거래 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답니다.

포경선 에식스호 침몰 선원들의 생환과정을 그린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

인육까지 먹은 난파선 에식스 호의 선원들과 비교해보니

1820년 11월 20일 미국 포경선 에식스호가 북태평양 한가운데서 향유고래에게 받혀 침몰했습니다. 선원 20명은 두 개의 보트에 나눠타고 미대륙을 향해 오랜 표류를 시작했습니다. 7200㎞를 표류한 끝에 93일 만에 칠레 인근에서 구조됐을 때 살아남은 선원은 이중 8명. 에식스호 선원들의 생환 드라마를 다룬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는 구조 당시 선원들의 처참한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들의 살갗은 온통 종기로 덮여 있었고 눈은 두개골의 움푹 팬 곳에서 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턱수염에는 소금과 피가 엉킨 채 말라붙어 있었다. 그들은 죽은 동료 선원의 뼈에서 골수를 빨아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먼저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던이 멀쩡한 상태로 구조된 표류 60일을 전후해 선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책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에식스호를 떠난 지 63일째 되는 날 헨드릭스 보트의 또 다른 선원 한 사람이 죽어서 동료들의 양식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 42.5g씩 나눠먹던 건빵마저 동나자 구명보트에서 가장 나이어린 16세 소년 램스델이 무서운 제안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비를 뽑아 죽을 사람을 결정하자.’

76일간의 표류와 생환 과정을 기록한 '표류'는 뉴욕타임스 36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표류에서 살아돌아온 사람들

그렇다 해도 조던을 곧바로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조던이나 에식스호 선원들보다 훨씬 오래 표류하고도 기적처럼 살아돌아온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외신은 한 어부의 놀라운 생환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2012년 11월 17일 동료 한 명과 함께 고기잡이 배를 타고 멕시코 차이파스의 어촌마을을 떠났던 호세 살바도르 알바렌가(37)가 무려 14개월여 만에 출항지에서 1만2000㎞나 떨어진 마셜군도에서 구조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함께 했던 동료는 날생선을 먹지 못해 한 달 만에 죽었고 나만 살아남았다”고 했습니다.

1973년 베일리라는 이름의 영국인 부부는 태평양에서 향유고래에 받혀 요트가 침몰하는 바람에 구명보트로 옮겨탄 뒤 118일간 표류하다가 구조됐습니다. 1981년에는 스티븐 캘러헌이라는 미국인이 표류 76일만에 구조됐습니다. 캘러헌은 5년 뒤 자신의 극적 생환 과정을 담은 ‘표류’라는 논픽션을 발표했는데 3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얀 마텔 장편 '파이 이야기'.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영화화 됐다.

바다, 죽음의 공포이자 삶의 터전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를 기억하십니까. 얀 마텔의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열 여섯살 인도 소년이 호랑이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는 놀라운 모험 이야기입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간신이 구명보트로 옮겨탄 파이는 보트 건너편에 호랑이가 있는 것을 보고 절망합니다. 망망대해에서 호랑이와 단둘이 남은 파이는 맹수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낚시를 하고 빗물을 받아 먹이며 항해하다가 마침내 기적처럼 미대륙에 도착합니다. 참으로 절묘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랑이가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소년이 호랑이 덕분에 227일의 오랜 표류를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바다를 표류하는 뱃사람입니다. 그러기에 고독과 기아와 공포의 바다에서 살아돌아온 사람들에게 매혹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웅변합니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굳은 각오로 돛대를 세우고 호랑이와 한 배를 탔다는 위기의식으로 노를 저어 생의 바다를 건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