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검찰은 중앙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중앙대 총장 출신의 박범훈(67) 청와대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2011년 중앙대 본교·분교 통합 때 특혜를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박 전 수석이 당시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핵심이다.
2011년 이후 중앙대를 비롯해 4개 대학이 본교와 분교를 통합했다. 이 통합은 당시 대학들에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국내 대학의 분교 설립은 1970년대 후반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진학이 시작되고, 여기에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이 맞물리면서 추진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부 대학이 본교와 분교 통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은 이 문제를 생존을 좌우할 결정적 사안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학생·정부 '일단 만족'
정부는 1977년 '수도권 인구 재배치' 계획을 추진했다. 그 계획엔 견실한 사립대학이 지방에 분교를 설립하면 정부가 예산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려대·연세대·한양대·경희대 등 11개 대학이 여기에 호응해 분교를 설립했다.
분교는 법적으로 본교와 구분된다. 예산 편성과 학사 행정도 별개로 한다. 본교와 중복되는 학과도 개설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는 서울 본교와 지방 분교에 모두 국어국문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입학 때부터 분리돼 있다. 결과적으로는 정원 늘리는 걸 허용한 셈이었다.
하지만 20여년 후 지방 분교를 본교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학 입학 점수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상 서열화됐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분교들도 비슷한 상황에 빠졌다. 서울 A사립대 관계자는 "그때부터 차라리 분교를 세우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퍼졌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도 대학들에 불안 요인이었다. 학생이 줄면 장기적으로 대학 정원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었다.
정부도 대학들의 이런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2011년 6월 대학 설립·운영 규정을 일부 개정해 중복 학과 통·폐합을 조건으로 본교·분교 통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사립대들 사이에선 본격적인 '통합 붐'이 일었다. 그해 8월 중앙대가 가장 먼저 통합 승인을 받았다. 이후 경희대·한국외대·단국대도 잇따라 분교를 통합했다.
통합 놓고 벌이는 셈법 각각 달라
통합을 원했던 대학들은 본교·분교를 합치면 전체 정원을 유지하면서 서울캠퍼스 학생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중앙대는 통합 이전 서울 본교 2700여명, 안성 분교 1700여명을 선발했다. 통합 이후엔 서울캠퍼스 3100여명, 안성캠퍼스 1300여명으로 조정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 쪽 정원이 늘어나면 학교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 분교 학생들은 취직할 때 학교 코드와 졸업·성적증명서 등이 본교와 달라 다른 학교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통합되면 그런 우려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앙대·경희대 관계자는 "통합 이후 그 이전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더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현재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7곳이다. 통합을 놓고 벌이는 셈법은 각각 다르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동국대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건국대·홍익대는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상명대는 유보적이다.
통합 이후 대학 위상이 올라가는 등의 변화가 기대되지 않거나, 학내 분쟁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학교들은 현 상태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측은 손익 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더 따져보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학들은 서울 본교와 분교 간 거리를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거리가 멀수록 통합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본교·분교 통합은 해당 지역 내 불안이나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통합으로 분교를 폐쇄하거나 정원을 줄일 경우 지방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경우 통합 이전부터 경기도 안성 주민들은 '중앙대가 안성캠퍼스를 매각하고 떠나려 한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동국대 역시 경주 분교에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일산 이전을 논의했지만 강력한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일부에선 캠퍼스 지방 분산 움직임도
한편 캠퍼스를 지방으로 분산·확장하려는 대학들도 있다. 산·학 연구단지 등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추가 교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강대 등이 대표적이다. 서강대는 "서울 본교 면적이 좁아 산·학 연계 활동이 불편하다고 판단, 2010년부터 남양주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역시 관악캠퍼스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2009년부터 시흥캠퍼스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시흥으로 어떤 단과대·학과를 보낼지 결정하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해 '도대체 누가 서울을 떠나려 하겠느냐'는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이 7년째 표류하며 학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