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신입생인 임희찬(19·서울 인창고 졸·사진)군은 지난해 말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양대 등 수시전형으로 지원한 6개 대학에서 연달아 합격 소식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는 중 3 때 한국과학영재학교부터 경기과학고, 세종과학고 등에 잇달아 낙방했고, 마지막 희망으로 지원했던 과학중점학교에도 불합격했다. 고교선택제에서도 '3지망' 학교로 배정됐다. 설상가상으로 중 3 때 가정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진 탓에 고교 3년 내내 학원 한 번 다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수시 6관왕'을 이뤘을까?

◇취약한 영어, EBS 연계 교재로 정복

임군의 고교 내신은 1.03등급(서울대 산출 기준)이다. 고 3 1학기까지 국어 한 과목에서만 2등급을 받고, 나머지 과목은 전부 1등급이었다. 대입 수시전형에 지원하려면 내신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 수업, 개념 학습 등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아침마다 A4 용지에 하루 공부계획을 적고, ○/× 표시로 실천 상황을 점검하며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국어는 교과서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집으로 공부했어요. 수학은 개념서부터 제대로 풀려고 노력했고요. 특히 취약했던 영어는 시험 범위 전체를 아예 달달 외웠죠. 저처럼 영어에 약한 학생들에게는 '암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한준호 기자

그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학교에서 모든 공부를 해결했다. 수학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학교 진도를 따라갔다. 다만 방학 때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개념서로 한 번 훑어보며 예습했다. 임군은 "방학에 'RPM(개념원리)' 참고서로 개념을 한 번 정리하고, 학기 중에 수학익힘책과 '쎈(좋은책신사고)' 등을 풀며 실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수학공부에는 문제집보다 학교 방과 후 수업 때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가 더 도움됐어요. 학교 방과 후 수업은 수준 낮다고 무시하는 학생이 많지만, 막상 들어보니 수업 내용이나 질이 무척 좋았고, 내신 준비에도 효과적이었어요."

임군은 고 1 때 3등급(수능 모의고사)이던 영어 성적을 고 3 때 1등급으로 끌어올리고, 실제 수능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비결은 'EBS 연계 교재 완전 정복'이었다. 지문에서 한 문장을 읽으면 다음 문장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반복해서 공부했다. "영어는 특히 단어 암기가 중요해요. EBS 홈페이지에 수능 연계 교재 단어가 올라오는데, 저는 그걸 A4 용지에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며 등하굣길에 하루 150개씩 외웠죠."

임군은 우수한 성적 덕분에 고교 3년간 외부 장학금을 받았다. 1~2학년에는 유영학술재단, 3학년 때는 한재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임군은 후배들에게 "선행학습, 학원 등에 연연할 필요없다"며 "방학을 잘 활용하고, 평소 학교 수업을 따라 예·복습만 철저히 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교로 내려온 공문에 비교과활동 길 있다

학원에 다니지 못한 게 '비교과활동'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다른 학생보다 시간 여유가 많았기 때문이다. 임군은 고 1 때부터 적극적으로 비교과활동을 찾아나섰다. "각 학교로 고교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 공문이 자주 내려오거든요. 그걸 몰라서 참여 못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수시로 선생님을 찾아가 재미있는 공문이 있는지 등을 여쭤봤죠. 그 덕분에 한국발명진흥협회가 만든 '발명기자단'에 선발됐고, 여수엑스포 현장을 취재한 기사로 상을 받기도 했어요."

고 2 때는 물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과학 동아리도 만들었다. 이 동아리에서는 희망 전공(전기 분야)과 관련해 '테슬라 코일 실험' 등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임군은 "교내 '보고서 발표대회'에서 이 내용으로 상을 받고, 구(區) 대회까지 나가 수상했다"며 "서울대 지원 시 자기소개서에 과학동아리 활동과 보고서 발표대회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인창고가 주변 2개 학교(한성고, 중앙여고)와 진행하는 수학 심화 과정 참가 △학급 임원 활동 등 교내 활동을 충실히 했다. 특히 논술 경시대회, 에세이 쓰기대회 등 모든 교내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자기주도학습상 등 상도 많이 받았다. 임군은 "잘 찾아보면 일반고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며 "저는 학교 시험 전 한 달 동안만 내신 준비에 힘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비교과활동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전형은 고 3 초반에 결정했다. 우수한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학생부 교과' 중심의 지원 전략을 세웠다. 고 2 겨울방학부터 쓰기 시작한 자기소개서에는 △영어 성적 향상 사례 등 사교육 없이 공부한 비결 △과학 동아리 활동(테슬라 코일 실험) △봉사활동(교내 학습 도우미) 등 내용을 담았다. 면접은 학교 선생님과 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 내용, 전공 관련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준비했다. "3년간 배우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이 사실 1년 과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내신, 수능, 비교과활동을 모두 준비하는 게 어렵지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지금 자신이 엉뚱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세요. 계획을 잘 세워 실천하면 누구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