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외고에 다니는 최지선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국어·수학·영어 세 과목에서 1등급을 벗어난 적이 없다. 우수한 성적의 비결은 '일상 연상법'. 최양은 책상에서만 공부하지 않는다. 길을 걷거나 TV에서 보는 모든 것이 공부의 소재다. 일상에서 학교 수업 내용을 연상하는 것이다.
◇영어 단어와 문법 사항 암기할 때 특효
최지선양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부와 연결시킨 건 중 2 때였다. 과학 수업에서 나온 유전(遺傳) 부분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양은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 가족의 혈액형이 어떤지를 생각했다. '혈액형 외에 다른 형질은 자손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동생이 태어나면 어떤 유전 형질을 가질 수 있을까' 등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 주변 일을 학습 내용의 예로 들다 보니 배웠던 내용이 더 알기 쉽게 이해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양은 이후 국어, 영어 공부에도 일상 연상법을 활용했다. 영어에선 문법과 단어 암기에 특히 효과적이었다. 그는 외고에 입학한 첫 시험에서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신 시험에서 단어를 몰라서 틀린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의 경험을 최대한 반영해 외울 단어가 들어간 예문을 만들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정말 사고 싶었던 옷이 있었는데 비싸서 사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영어 문제를 풀다가 '터무니없이 비싼'이란 뜻의 exorbitant란 단어가 본문에 나왔어요. 지난 번에 사지 못한 일을 떠올려 'I wanted to buy that skirt, but the price was exorbitant'란 문장을 만들었죠. 그러자 아주 쉽게 단어를 암기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지난 11일 치렀던 전국연합학력평가 영어 어휘 문제가 어렵게 출제됐다'고 하셨는데 저는 거뜬히 풀어냈습니다. 평소에 100점을 맞던 친구들도 많이 틀린 문제여서 더욱 뿌듯했죠."
일상 연상법은 영문법 실력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가 톡톡했다. 광고 제작에 관심 있던 최양은 일상 생활 속 영어 광고 문구를 보면서 문법 사항을 되새겼다. 'Have you ever had a bad time in Levi's?'라는 광고 카피를 보고 현재완료의 용법 중 '경험'을 떠올렸다. 광고뿐만 아니라 모든 영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문법 사항을 확인했다. 최양은 "주변 친구보다 영어 공부를 더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적용한 공부법"이라며 "이런 식으로 세네 번씩 문법 사항을 확인하면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최양은 일상 연상법 덕에 TV를 보면서까지 국어 공부를 했다. 고 1 때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려 '무한도전'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였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맞춤법이나 발음이 틀린 오류가 상당히 많았다. 이를 정확히 고치려 하자 △잘못된 발음 △어색한 호응 △중복 표현 △부적절한 어휘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최양은 친구 한 명과 'TV 예능 프로그램 속 잘못된 한국어 사용 실태 연구'라는 소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으로 최양은 2014년 교내 소논문 경시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수학 1등급의 비결, '30분 공부법'
수학은 최양이 특히 자신있어하는 과목이다. 중 1·2 때 수학영재교육원에 다닐 정도였다. 영재교육원은 말 그대로 수학 영재가 가득했다. 영재교육을 받으며 고난도 문제를 접한 최양은 시간 제한 없이 문제풀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해설이나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풀면서 사고력을 키우려는 의도였다. 이는 주효했다.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이 점점 높아졌고, 중 3 때 자신만의 공부법도 완성시켰다. 한 문제를 풀 때 30분 동안 혼자서 고민하는 식이었다. 최양의 말이다.
"수능 수학 과목 30번 문제처럼 고난도 문제는 결국 사고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곧바로 문제를 풀어도 30분이 걸릴 때까지 다른 해결책이 없는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 뒤에 해설을 보고 제 풀이와 비교하면 다양한 풀이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혹시나 30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해도 한번에 해설을 읽지 마세요. 저는 한 줄씩 해설을 참고하면서 문제풀이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해설의 첫 문장을 읽었을 때도 풀이가 막혀야 그 다음 문장을 읽었습니다. 끝까지 혼자 힘으로 풀어보려 노력한 셈입니다. 해설을 끝까지 읽기 전에 문제를 푼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 수학 공부에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