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가 직접 구매해본 맹독 전갈 '데스스토커'. 수입 금지된 이 전갈을 인터넷 거래를 통해 하루 만에 구했다.

"절대 만지지 마세요. 물리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투명 아크릴 통 안에 길이 10㎝쯤 되는 전갈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몸통의 갈색 줄무늬가 선명한 맹독 전갈 '데스스토커(deathstalker)'였다.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고, 쏘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수입이 금지된 종(種)이지만 기자는 채 반나절도 안 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판매자를 찾아 계좌 이체로 선금을 보낸 뒤 서울 강남구 삼성역에서 직접 만나 잔금을 치르고 '물건'을 넘겨받았다. 판매자는 "신경계 독이라 물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손이 저리거나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몇 년 쭉 간다"고 귀띔했다.

거미·전갈류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동호인들이 급증하면서 외국에서 밀반입된 맹독류가 시중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거래되고 있다. 회원 수가 3만5000명에 이르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독이 있는 전갈·지네·거미 등을 구하는 글이 하루 50여개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대부분이 직거래로 이어진다. 거래 대상 중에는 독침 등으로 호흡곤란·경련 같은 증상은 물론 노약자나 어린아이는 심하면 사망에도 이르게 하는 '고위험군'이 상당수다. 대부분 외국에서 몰래 들여온 종들이다. 가격은 1만원대부터 수십만~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데스스토커 같은 일반 맹독 전갈은 어린놈은 1만~2만원, 큰놈은 4만~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마니아들은 이런 독전갈 등을 손이나 어깨에 올려놓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며 담력을 과시한다. 인터넷 카페에는 '뱀독 짜듯이 (독을) 빼낼 때 아팠고, 5~10분 정도 지나니까 마비가 왔다' 등의 후기도 올라온다.

거래 규제가 없다 보니 미성년자들도 맹독류 거래에 나서고 있다. 경남 양산에 사는 중학생 A(14)군은 맹독 전갈 '옐로 펫테일'을 4만원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기자에게 '손으로 건드리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아요. 쏘였으면 제가 이렇게 거래 못 하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현행법은 독이 있는 절지동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밀반입돼 한 번 국내에 들어오면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는 곤충을 관리할 뿐 절지동물은 소관이 아니다"는 입장이고, 환경부는 "멸종 위기종 수입과 사육을 제한할 수 있지만 맹독 절지류 관련 업무는 우리 일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