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우리 천주교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만, 기사 중 '영성체를 나눠주고 있다'는 '성체를 나눠주고 있다'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10년 전쯤 출근하자마자 걸려온 전화에 기자는 얼굴이 빨개졌다. 중년 남성의 점잖은 말투였으나 요는 이것 아닌가? "이 무식한 기자야." 사전을 찾아보고 '아하!' 싶었다. '영성체(領聖體)' 즉 '성체를 받는다(領)'는 뜻이었다. '영수증' 할 때의 '영'이었다. 그건 시작이었다.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작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용어를 새로 정리했다. 한글 세대와 현재의 언어생활을 많이 배려했다.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굳어진 용어는 그대로 남았다. 세례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신자가 받게 되는 '견진(堅振)'은 영어(sacrament of confirmation)로 쓰는 게 요즘 젊은이들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주로 봉쇄수도원에서 하는 기도방식인 '관상(觀想) 기도' 역시 '예수님께 신앙의 눈길을 고정시킨다'는 설명을 보기 전엔 난감하다. '주일 미사'와 비슷한 말로 알기 쉬운 '교중(敎衆)미사'는 '교구장 주교와 본당 주임사제가 모든 주일과 의무적 축일에 미사예물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맡긴 신자들을 위해 봉헌해야 하는 미사'다. 즉 신자보다는 사제의 의무를 강조하는 용어인 셈이다.
지금은 행위 자체가 거의 사라진 '장궤(長跪·허리를 세운 채 무릎 꿇는 것)' 같은 용어도 있다. '영성체'와 같은 원리로 '영세'도 막연히 '길 영(永)'일 것 같지만 '세례를 받다'는 뜻이다. 고로 '영세를 받다'고 하면 원칙적으로 틀린 표현이 된다. '고해성사'는 1967년 '고백성사'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다시 '고해성사'로 돌아갔다.
불교야 워낙 경전 자체가 한문이니 그렇다 쳐도, 개신교 역시 만만치 않다. 장로교는 노회, 감리교는 연회가 있다. 한글로 보면 암호요, 한자로 '老會' '年會'라고 써놓아도 요령부득이었다. 둘은 각각 장로교와 감리교의 지방 단위 조직을 일컫는 용어. 노회는 단위 지역의 목회자와 장로 대표로 구성된다는 '자격', 연회는 1년에 한 번 개최한다는 '기간'이 강조된 것. 그 외에도 '증경(曾經) 총회장' '치리(治理)' 등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증경은 '일찍이 벼슬을 지낸'이란 뜻으로 조선왕조실록 같은 옛 문서에 '증경 정승' 같은 용례로 등장한다. '교리를 어기거나 불복한 사람을 징벌한다'는 뜻의 '치리'도 쉽지 않은 한자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