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린이 보호를 위해 내년부터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하지만 카메라 화소수 기준이 낮아 설치 효과를 제대로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로 사건이나 사고 영상을 저장하더라도 카메라 질이 떨어지면 저장된 기록을 온전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CCTV 설치 기준 권고안을 강화하면서 카메라는 최소 130만 화소 이상인 것을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주차 단속 등에 쓰이는 일반 CCTV의 화소수는 100만 화소 이상으로 권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9월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의 60%는 100만 화소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는 2만5000여대로 이 가운데 1만 5000여대가 기준에 미달했던 것이다. 권고안이 바뀌기 전의 기준에 따라 설치된 CCTV 중에는 41만 화소 카메라도 있다.

100만 화소 미만의 영상은 확대해도 사람 얼굴이나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조명이 밝지 않은 야간에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감시 카메라가 100만 화소 정도는 돼야 영상 식별에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카메라를 설치한 곳도 상당수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 화소수가 낮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대개 영상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저장된 파일을 돌려서 확인하는 일이 많다”며 “압축된 파일을 돌려보면 질낮은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판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CTV는 주변이 어두워지면 적외선을 터뜨려 흑백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이 작동하면 화소수가 더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낮은 화소의 CCTV로 밤에 일어난 일을 확인하는 것은 더 힘들다는 것이다.

전국에 공공 목적으로 설치된 CCTV는 56만여대 수준인데, 지방자치단체 중에 서울시 수준의 권고안을 마련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보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CCTV가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130만 화소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가 판매됐다. 삼성전자 애니콜 SCH-V420(왼쪽), 팬택&큐리텔 큐리텔 PG-S5000 모델이다.

130만 화소 카메라는 2004년 판매됐던 휴대전화 ‘애니콜 SCH-V420’, ‘큐리텔 PG-S5000’에 내장된 카메라 수준이다. 대개 화소수가 높을수록 영상이나 사진을 확대해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데, 10년 전 ‘폰카’ 수준의 영상으로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데 충분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일어났던 청주에는 CCTV 설치 권고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의 한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영상은 41만 화소 수준으로 보이는데, 이런 영상은 사건, 사고를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압축한 영상도 식별할 수 있을만큼 고화질 CCTV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판독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힌 문제의 영상은 41만 화소 카메라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