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2003년에 벌어졌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400억원가량의 돈을 최근 배상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외환은행과 론스타는 2012년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싱가포르 법원에서 중재 절차를 거쳐왔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관계사인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낮추면서 발생했다. 그 결과 론스타코리아 유모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함께 기소됐던 외환은행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4조6600억원의 차익을 남기며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사모 펀드이다. 이번 싱가포르에서의 중재 결과로 무죄를 받았던 외환은행이 유죄를 선고받은 론스타에 피해액을 배상한 셈이 돼 논란이 예상된다.

2013년 검찰이 서울 중구 외환은행을 압수수색 하던 모습.

론스타 주가조작, 결국 외환은행이 보상

29일 복수의 금융계 관계자와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 등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중재에 따라 론스타에 400억원의 돈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하면서 벌였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손해를 당시 주주에게 배상하라는 취지의 중재 건이다.

이 중재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해를 입었던 '올림푸스 캐피탈(당시 외환카드 2대 주주)'이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당시 주가 조작으로 자신들이 주식을 헐값에 내놓게 돼 손해를 입었다면서 2008년 론스타 등을 상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올림푸스 캐피탈이 싱가포르에서 소를 제기한 것은 이곳이 외국 로펌에 대한 제약이 적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에서 올림푸스 캐피탈이 승소해, 론스타는 약 713억원을 올림푸스 캐피탈에 배상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주가 조작을 한 것이 론스타이기 때문에 배상액을 그들이 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론스타는 이 배상액은 외환은행이 지불할 몫이라며 2012년 외환은행을 상대로 싱가포르 고등법원에 소송을 건다. 이때는 국내에선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 유죄, 외환은행 무죄’ 판결이 나온 상태였다. 2011년 대법원은 당시 론스타 코리아 유모 대표에게 징역 3년과 42억9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고, 외환은행엔 죄를 묻지 않았다.

결국 3년여의 중재를 거쳐 론스타가 올림푸스 캐피탈에 배상했던 금액의 상당 부분을 이번에 외환은행이 대신 지불하게 된 것이다. 외환은행은 이미 론스타에 4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재 내용은 밝힐 수 없게 돼 있어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론스타코리아가 위치했던 서울 스타빌딩 내 모습.

론스타, 정부 상대로도 4조6000억원 소송 진행 중

이외에도 론스타 펀드는 한국으로부터 돈을 1원이라도 더 얻어가기 위해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다. 2012년 서울 남대문세무서 등을 상대로 자신들이 외환은행 주식을 팔고 떠날 때 냈던 주식 매각대금의 양도소득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3000억원을 돌려받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론스타는 한국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액만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빅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되면서 피해를 입었고 세금 부과도 부당하다"며 ICISD(국제투자분쟁해결교류센터)에 4조6000억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상태다. 이 중재 재판의 판결은 내년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