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혁 정치부 기자

지난 4주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치료 활동을 벌인 우리 긴급 구호대원 9명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는 이들을 맞는 환영 플래카드 하나 없었다. 기념촬영도 생략했다. 이들을 맞으러 나간 정부 과장급 직원들은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보안 구역에서 간단히 환영 인사를 했다. 공항을 빠져나온 구호대원들은 바로 국내 격리 시설로 옮겨졌다.

에볼라 구호대원들은 4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환자들을 치료했다. 특별한 보상이 보장돼 있지 않은데도 먼저 손을 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국 의료진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며 "지속적인 희생을 통해 생명을 구한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극찬하고, '타임'지가 작년 말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의료진을 선정한 것도 이런 소명 의식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의료진은 영웅 대접을 받기는커녕 얼굴과 이름을 감춘 채 쉬쉬하며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의 신상이 알려질 경우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 스스로 철저한 '보안'을 요청했다고 한다. 에볼라 창궐 지역에 갔다 온 것 자체만으로 가족까지 모두 '준(準)감염자' 취급을 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까지 이들을 소홀히 대접해서는 곤란하다. '비공개'라도 좋으니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이 의료대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그 자리에서 "국가가 당신들을 기억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