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취업자 숫자가 2559만9000명으로 2013년보다 53만3000명 늘어났다. 일자리 증가 폭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숫자만 보면 '고용 대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사정은 딴판이다.
작년엔 금융권에서 4만5000명이 넘는 인력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나왔고, KT에서만 8300여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올해도 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국내 기업 4곳 중 1곳이 고용을 줄이겠다고 했다. 더욱이 작년 늘어난 취업자의 45%인 24만명이 50대(代)다.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가 50대가 되면서 퇴직을 하더라도 가족을 부양하느라 다른 일자리를 얻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은 늘게 마련이다.
2014년에는 15~29세 청년 취업자 숫자도 전년보다 7만7000명 늘어나 2000년 이후 처음 증가했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한 9%를 기록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취업 전선(前線)에 뛰어든 많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늘어난 것도 비정규직 자리가 많다. 작년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는 일자리가 1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숫자 놀음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업을 더 키워야 한다. 미국은 구글·페이스북 등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1980년대 이후 창업 기업 중 시가총액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곳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코웨이 등 세 곳뿐이다.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몸집을 불려 가면서 일자리를 창출(創出)하게 해야 한다. 청년을 신규 채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등 각종 혜택도 지금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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