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婚外子)' 문제로 사퇴한 채동욱(56)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 임모(56)씨가 8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임씨의 혐의는 대부분 채 전 총장과 관련된 것이다.

채 전 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2013년 9월 퇴임할 때도, 지난해 5월 검찰이 "채모군이 혼외자가 맞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사건이 불거진 지 15개월이 넘었지만, 국민을 상대로 "사실이 아니다"고 했던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연녀의 1심 판결이 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연녀도 혼외자 부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침묵으로 '누구나 다 아는' 혼외자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2013년 9월 3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 당시의 채동욱 검찰총장.


임씨의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과 공갈 혐의다. 두 가지 모두 채 전 총장과 무관치 않다. 임씨는 검찰 고위인사와 친분을 내세워 사건 청탁과 함께 기업인으로부터 14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또 유흥업소 종업원을 동원해 자신이 데리고 있던 가정부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를 발설하지 말라'는 협박과 함께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사건은 2013년 9월 6일 조선일보의 첫 보도로 시작됐다. 보도 이후 나온 채 전 총장의 첫 반응은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까지 제기하며 "이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감찰 결과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사실로 볼만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채 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2013년 9월 30일 그는 공식 퇴임했다. 퇴임식 직전, 그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했던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면서도 "진실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채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마지막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도 어떠한 얘기도 내놓지 않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그의 퇴임 이후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몇몇 시민단체가 채 전 총장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선일보를 고발했다. 검찰 수사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 혼외자 채모군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두 갈래로 진행됐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 임씨가 자신의 가정부 이모씨를 공갈·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채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임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근거는 ▲임씨의 산전(産前) 기록부 ▲채군의 학적부와 유학 신청서류 ▲2002년 2월 임씨의 산부인과 병원 검사 동의서에 나타난 채 전 총장의 사인(sign) ▲2003년 7월쯤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임씨 주변 인물 증언 등이었다.
이와 함께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서초구 국장, 송모 국정원 정보관 등을 개인정보 불법 조회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내연녀 임씨도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채 전 총장의 고교동창으로 임씨에게 2억원을 송금한 삼성 계열사 전 임원 이모씨도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국장과 송 정보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채 전 총장의 뇌물수수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