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농구 원정경기가 있다 하여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30분을 달려 포트무드라는 세컨드리스쿨에 도착했다. 다른 학교 간 농구 시합이 후반전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후 아들 팀의 경기 시작을 알렸다. 농구공 튀는 소리가 활기차게 게임을 진행해 나갔다. 아들이 소속된 팀이 볼을 넣을 때마다 환호성이 커졌다. "파이팅!" 아뿔싸,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내 목소리가 너무 열광적으로 컸나 했는데, 집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현우 아빠, 파이팅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순간 응원할 때, 최고의 선전을 기원하며 외치는 구호쯤으로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파이팅(fighting)'은 '싸우자'라는 뜻이 있다고 전했다. 지금껏 '파이팅'을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로만 알았지, '싸우자'라는 뜻인지를 모르고 사용해왔던 것이다. 경기장 내에서 '싸우자'라는 과격한 말을 외치는 이방인 같은 나에게 그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후문이었다.

우리는 선전을 기원할 때 운동뿐만 아니라 수험생 등 힘을 보태고 격려할 모든 대상에게 늘 '파이팅'을 건넨다. 집에 와서 문헌을 찾아보았다. 'fighting'의 뜻은 '싸우는, 전투적인, 맞서다, 애를 쓰다'로 돼 있었다. 국립국어원 검색에는 "응원, 격려의 의미를 가진 감탄사. '파이팅'은 한국어로 굳어져 널리 쓰이기는 하지만 '싸움'이라는 원래의 뜻 때문에 응원이나 격려의 말로 부적절하고 외국인에게 적대감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나와 있었다.

이처럼 왜곡 변형된 외래어로 인해 나는 아직도 영어권에서 이해 못할 전투적인 말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실상 외래어는 그 의미는 알지만, 정확한 어원을 잘 모르고 사용한다. '파이팅'보다는 우리의 순수한 말 '아자 아자'가 얼마나 애정 있고 좋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