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되는 해, 광복 후 1년을 만화로 정리한 포스터 ‘좌우 합작 독립 촉성 해방 만화 1년사’〈사진〉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1946년 광복 1년의 역사를 만화로 그려낸 현존 유일 작품이다. 오는 11일 광복 70주년 특집 KBS ‘진품명품’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수집가인 재미 동포 김모(65)씨가 지난해 경매에서 사들인 이 포스터는 가로 38㎝, 세로 53㎝ 대형에 컬러본이다. 만화 평론가 백정숙씨는 "데생 등은 거칠지만 만화를 많이 그려본 솜씨고, 칸을 채우는 구도 등이 만화가 일송 최영수(1911~1950?)의 그림 같다"며 "특히 넷째 줄 셋째 칸에 누워 있는 사람은 그의 수필집 '곤비의 서'(1949) 삽화 속 부랑자와 닮았다"고 밝혔다. 최영수는 일제강점기부터 동아일보·경향신문 등에서 만화를 그리다 6·25전쟁 때 납북됐다. 한국만화박물관 이용철 만화진흥본부장도 "남아있는 당시 자료가 거의 없어 추론이 어렵긴 하지만, 그림체가 소박하면서도 거침없이 쓱쓱 그려나가는 스타일이 최영수 작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광복을 다룬 만화로는 가장 오래된 만화고, 만화를 단순 오락이나 홍보를 뛰어넘어 정보 제공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만화는 1945년 8월 15일 “… 삼천리강산엔 다시금 무궁화가!”란 말풍선과 함께 무궁화가 핀 한반도를 그린 장면을 시작으로, 8월 16일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설립, 10월 15일 이승만 박사 귀국, 11월 23일 임시정부 요인 귀국, 12월 29일 조선 신탁통치 반대 운동, 1946년 2월 14일 대한민국대표민주의원 설립, 7월 30일 제주도(島)의 도(道) 승격까지 날짜별 역사를 36칸에 담아낸다. KBS ‘진품명품’의 감정위원 김영준씨는 “제목과 내용에서 보듯 만화가 좌우 이념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고 종이의 질도 고급”이라며 “미 군정청의 후원을 받아 포스터 제작시기인 1946년 8월 초에 운영되고 있던 ‘좌우합작위원회’가 발행 주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