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팀은 올해 영화 결산을 위해 평론가, 영화제 관계자, 투자배급사 CJ·롯데·쇼박스와 제작사·직배사·수입사 대표, 감독 등 전문가 25명을 설문 조사했다. 설문은 ①올해의 한국영화 ②올해의 외국영화 ③올해의 발견(배우) ④올해의 발견(감독) ⑤과대평가된 영화 ⑥과소평가된 영화 등 6개 부문. 각각 최대 3편(명)씩 후보를 한 줄 평과 함께 받았다.

예술·대중성 다 잡은 '끝까지 간다'

'올해의 한국영화'에는 큰 표 차이 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등장했다. 연말 영화상 시상식의 단골손님이었던 김성훈 감독의 범죄 스릴러 '끝까지 간다'는 8표를 얻어 '올해의 한국영화'로 꼽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돋보였다"(롯데엔터테인먼트 이상무 이사), "잔혹하지 않고도 쫄깃한 연출로 한국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쇼박스 유정훈 대표)는 평이 주를 이뤘다. 김형석 평론가는 "한국영화 시스템 안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의 상업영화"라고 했다.

올해의 발견으로 꼽힌 '한공주'는 올해의 영화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20세기폭스코리아 오상호 대표는 "연출과 연기 모든 면에서 올해 최고였다"고 했다.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블록버스터 '명량'은 "흥행 기록 때문에 드라마와 스펙터클의 조화 등 숱한 덕목이 가려져선 안 된다"(전찬일 평론가)는 평가와 함께 3위에 올랐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관객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작품"(워너브라더스 심영신 부장)으로, '경주'는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준 영화"(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로 평가받으며 공동 3위에 올랐다.

평범한 삶의 비범한 본질 '보이후드'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9표)는 '인터스텔라'(8표)와 한 표 차이로 '올해의 외국 영화'로 꼽혔다. 6세 텍사스 소년을 주인공으로 정한 뒤 12년간 여름마다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 찍어낸 영화. "시간에 대한 영화적 기록이자 드라마적 성취"(김난숙)이며 "감독의 시간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빚어낸 수작"(CJ E&M 권미경 상무)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영화란 역시 시간의 마술", 강유정 평론가는 "기록과 허구 사이를 진동하는 영화적 사유"라고 평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는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냥 좋았던 영화"라고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3위,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Her)'는 "외로움에 대한 공감각적 사유"(강유정 평론가)라는 평과 함께 4위에 올랐다.

과대평가 명량… 과소평가 해무·10분

176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은 ‘올해의 한국 영화’(3위)와 ‘과대평가된 영화’(1위·12표) 순위에 함께 올랐다. 투자·제작·배급 쪽의 평가는 후했지만 평론가들은 냉정했다. 최광희 평론가는 “최민식과 김한민 감독이 동원한 700만에 이순신 장군이 1000만을 얹어줬다”고 했고, 김형석 평론가는 “뭔가 균형이 무너져 있다”고 했다. ‘비긴 어게인’(5표), ‘인터스텔라’(4표)도 과대평가된 영화로 꼽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10분'은 “이 영화에 비하면 ‘미생(未生)’은 로맨스 드라마”(김형석)라는 평과 함께 심성보 감독의 ‘해무’와 더불어 올해 과소평가된 영화 1위에 꼽혔다. 스페이스 오페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지적인 심리 스릴러 ‘나를 찾아줘’, 스칼릿 조핸슨의 기괴한 SF ‘언더 더 스킨’ 등과 함께 현빈 주연의 ‘역린’, 무속인의 일생 이야기 ‘만신’ 등도 저평가돼 아쉬운 영화로 순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