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농구코치로 알려진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이 상장(별 셋)에서 소장(별 하나)으로 강등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7월 31일 공개활동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최부일은 5개월여 만에 다시 공식석상에 등장했으나 계급장에서 별들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조선중앙TV는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를 맞아 내보낸 영상에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소장 계급을 달고 김정은의 뒤에서 금수산궁전을 참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최부일은 지난 5월 평양에서 300명이상이 사망한 아파트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대장에서 상장으로 한 계급 강등됐다. 당시 북한매체들은 사고 발생 닷새 만인 5월 18일 이례적으로 사고 발생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 소식을 전하고 '감독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고 책임자로 최부일 등 5명의 간부를 지목했다. 최부일은 사고현장에 모인 유가족과 주민들 앞에서 "사고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인 채 사과했다.
3개월 후 최부일에게 또 다시 악재가 닥쳤다. 8월 강원도 원산에서 보안원들과 군인들 간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월 자유아시아방송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북한 강원도 세포군 귀락리에서 잣나무 숲을 지키는 인민보안부 보안원 14명과 잣을 훔치려던 군인 20명이 총격전을 벌여 모두 34명이 사망하거나 처형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강원도 세포군 잣나무 숲은 인민보안부가 외화벌이를 하는 곳으로, 인민보안부는 7명씩 2개조로 주야 교대로 이 숲을 지켰다고 한다.
그런데 인근 북한 5군단 소속 독립소대원 20명이 잣을 훔치려고 어둠을 틈타 이 잣나무 숲에 침입하자 경비를 서던 보안원 7명이 실탄을 쏘며 이들을 쫓아냈고 1명의 군인을 붙잡았다.
보안원들은 홧김에 붙잡은 군인을 집단구타했는데 불행히도 군인이 숨졌다. 보안원들은 시신을 주변에 매장했다. 행방불명된 군인을 찾아 나선 소대장에게는 "단 한 명의 군인도 붙잡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소대장은 소대원들에게 잣나무 숲 주변을 수색하도록 해 이틀 만에 군인의 시신을 찾아냈다.
화가 난 소대장은 완전무장을 하고 부대원들과 술을 마시고 인민보안부 초소로 가 보안원 7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군인을 집단구타해 숨지게 했던 인민보안원 7명은 이미 체포돼 구금돼 있는 상태였다. 군인들이 홧김에 엉뚱한 인민보안원들을 사살한 셈이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북한 당국은 군인을 살해한 인민보안원 7명을 8월 22일 사형시키고 강원도 통천 앞바다에 수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잣나무 숲에 침입했던 나머지 19명의 군인도 '동지재판'을 받고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사건으로 최부일은 다시 상장에서 소장으로 두 계급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1944년생인 최부일 부장은 함경북도 회령시 출신으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군단 사령관,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을 역임했고 작년 2월 우리의 경찰청장 격인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됐다. 2010년 9월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대장(별 넷)에 오른 그는 상장으로 강등됐다가 작년 6월 다시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그러나 올해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다.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법제위원장이자 국방위원회 위원인 최부일은 지난 9월 25일 평양에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13기1차회의에도 불참했었다.
군 장성의 파격적인 승진과 강등은 최부일 건 외에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빈발하는 것은 최고지도자 한 사람이 전권을 휘두르는 북한식 1인독재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