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취업을 보증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 진학 대신 고졸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교육부도 선(先)취업·후(後)진학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국립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는 정부의 후진학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의 후진학 거점대학으로도 선정됐다. 맛있는공부는 선취업한 뒤 방송대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우수 학생 셋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이동국 방송대 총장직무대리도 함께 했다.
참가자 소개(사진 왼쪽부터)
△윤서연(21·영어영문학과 2년, 뮤지컬 배우)
△안정우(19·컴퓨터과학과 1년, 아이닉스 하드웨어부서 연구원)
△이동국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직무대리
△장수정(19·금융·서비스학부 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유동화자산부 주임)
Case 1|안정우 실무 능력 키워주는 양질의 교육
안정우씨는 지난 2012년 9월 보안카메라시스템 회사인 아이닉스에 취업했다. 안씨는 업무에 사용하는 코드를 분석하다 한계에 부닥쳤다. 회사에 있던 책을 찾아 읽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순 없었다. 그때 방송대를 통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임자들이 방송대 진학을 추천했다. 안씨는 "업무와 관련된 전공뿐만 아니라 교양 과목의 질도 뛰어나 방송대 입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과학과 전공과목인 'C프로그래밍'을 수강하면서 업무 능력을 배가했다. 보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나니 10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회로 설계나 소프트웨어 팀에서 다루는 개발용 제품을 수리하는 게 업무입니다. 이전에는 문제를 기기에서만 찾았는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나서 바뀌었어요.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아닌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죠. 혼자 독학할 땐 알아채지 못한 부분입니다. 제 분야에서 남보다 더 앞서나가기 위해 계속 공부할 생각이에요.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고도 대학 과정을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Case 2|윤서연 "현장 수업 병행해 학습효과 커"
"201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울과 등잔'이란 극단에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어요. 번역된 희곡을 보면서 영문학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여러 대학을 알아보던 중 방송대 영문과의 커리큘럼이 가장 훌륭했어요. 영문과 출신 극단 대표님도 '교수진이 뛰어나다'며 추천했죠."
지난해 3월 방송대 영문과에 입학한 윤서연씨는 바쁜 와중에도 수업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평일 오전에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오후에 개인 교습을 받고 노래 연습을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지만 일과를 마무리하고 항상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는 "스스로 계획을 짜고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며 "방송대 수업을 들으며 자립심을 키웠다"고 했다.
학기당 2~4일 정도 캠퍼스에서 교수와 대면해 수업하는 방식 또한 효과적이었다. 방송대는 전국에 있는 49개 캠퍼스에서 출석 시험을 치르는 등 학사 관리가 철저하다. 윤씨는 "출석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치를 때 다양한 직업·연령대의 학우를 만난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Case 3|장수정 재직자 특화형 실무 강의 제공
장수정씨는 올 초 대동세무고를 졸업하기도 전에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취직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건 실무를 일찍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근무를 하면서 장씨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욕심이 생겼다. 대부분 대학은 고졸 재직자가 지원 시 3년 이상의 재직기간을 요구했다. 사이버대는 커리큘럼이 '경영''지식산업' 등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곳이 많았다. 장씨는 "방송대에서 프라임칼리지를 신설하며 만든 회계금융 전공이 마음에 들었다"며 "재직 기간을 요구하지 않아 바로 입학 가능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프라임칼리지의 실용적인 과목을 업무에 십분 활용했다. "교양 과목인 '조직생활의 이해'를 들으며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계획 세우는 법을 배웠어요. 나중에 전공과목으로 수강할 '전산회계' 과목은 제가 담당하는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00% 온라인 강의·시험인 것도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가능케 합니다. 저도 출퇴근하거나 점심시간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듣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