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내 작품의 표면만 봐라,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 이동기(47)에게 작품 제목의 뜻을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워홀의 말을 인용했다.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가 '기표와 기의는 인위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결국 어떤 이미지와 그 이미지의 의미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은가요?"
이동기는 아톰의 머리와 미키마우스의 얼굴을 결합한 '아토마우스'로 널리 알려진 작가. 하지만 그는 아토마우스 외에도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무중력(Zero Gravity)'에서 작가는 오늘날의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낸다. '아토마우스'를 비롯해 '절충주의' '드라마' '추상' '초상' 등 다섯 가지 연작 22점을 선보인다.
그에게 오늘날의 이미지란,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뒤섞이고 튀어나오는 것. 비어있는 기호처럼 부유하는 이미지가 그의 작품에서 한없이 생성되고 떠다닌다. 대중 매체에서 생산돼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지를 무작위로 조합한 '절충주의' 연작이 대표적. TV 드라마의 한 장면을 그대로 화폭으로 옮긴 '드라마' 연작도 흥미롭다. 2008년부터 선보인 '추상' 시리즈에는 작가가 그때마다 들었던 노래 제목을 작품 제목으로 붙였다.
그는 "현대미술이 개념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작가가 어떤 하나의 개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작업해야 한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나는 그런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02)2287-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