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병씩을 마신 A, B 두 사람이 있다. A씨는 차 시동을 걸고 기어를 주행(D)에 놓았지만 이내 올라오는 술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B씨는 시동은 걸지 않았지만 내리막길에 세워진 차의 주차브레이크를 풀자 기어가 중립 상태에 있던 차가 아래로 스스로 움직였다.

순찰 중이던 교통경찰에게 발견된 두 사람 중 음주운전에 걸린 사람은 누구일까. A씨의 경우 차가 비록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시동을 켜고 기어를 주행으로 맞추어놓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출발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돼 음주운전 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 B씨는 자동차가 움직였어도 시동을 켜지 않았다면 운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모습.

최근 경찰교육원이 경찰들도 헷갈려하는 음주운전 판정기준을 담은 '음주운전 수사론'을 냈다. 주차시켜 놓았던 차량을 다른 차량의 주차 및 통행 편의를 위해 1~2m 움직인 것도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거리와 상관없이 운전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를 도로에 세워두고 도망가면 음주운전죄와 별도로 형법상 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음주운전을 했는지 판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운전했는지 여부다. 아파트 단지나 대학 구내, 식당 주차장 등 사적 공간에 차단기 등으로 차량 통제가 이루어지면 일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단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사고를 내면 면허 취소 같은 행정처분을 하지는 못하지만 형사처벌은 가능하다.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나 대학 구내 통로라도 주차관리요원이나 차단기 등으로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통행이 자유로우면 도로로 간주된다.

자전거는 음주운전을 단속하지 않는다. 운전면허 취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내면 처벌을 받는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는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음주 단속 대상이다. 골프장에서 술을 마시고 전동카트를 운전해도 음주운전으로 걸린다.

술을 마신 뒤 얼마나 지나야 운전할 수 있을까. 혈중알코올농도 계산법인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하면, 몸무게 70㎏인 남성이 소주 한 병(19도·360mL)을 마셨을 경우 최소 4시간 6분이 지나야 한다. 체중 50㎏인 여성이 생맥주 2000㏄(4.5도)를 마셨다면 9시간 28분을 기다려야 한다. 몸무게 80㎏인 남성이 막걸리 한 병(6도·750mL)을 비웠다면 2시간 22분, 70㎏인 남성이 와인 한 병(13도·750mL)을 마셨다면 최소 5시간 50분을 기다려야 한다. 위드마크 수치는 음주량에 알코올 농도, 체내흡수율 등을 곱한 값에 측정자 체중과 남녀 성별 계수를 곱한 값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경찰은 "이 수치는 술 마신 시간과 운전자의 건강, 피로도,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일 때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 스웨덴의 음주운전 기준치는 0.02%로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일본도 0.03%로 엄격한 편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0.08%로 우리보다 느슨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사업용 운전자에게는 0.04%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