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건 자연의 현상일 뿐 부끄럽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영화 '은교'의 대사처럼 젊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늙음은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늙음을 뜻하는 한자 '노(老)'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노련(老鍊)' '노숙(老熟)' '노성(老成)'에서 '노'는 오랜 경험으로 무르익었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반면 '노둔(老鈍)' '노후(老朽)' '노욕(老慾)'에는 낡고 고집스럽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옛 사람들도 늙음의 두 측면에 주목했다. 역사·동양철학·한문학 등을 전공한 연구자 8명이 옛 자료를 통해 역사 속 노년(老年)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성호 이익 '노인의 열 가지 좌절'
83세까지 산 18세기 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라는 글에서 늙음의 비감(悲感)을 익살스럽게 적었다.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곡할 때는 눈물이 안 나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른다' '흰 얼굴은 검어지는데 검은 머리는 희어진다'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해도 눈앞의 일은 잊어버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면 분별할 수 있는데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면 도리어 희미하다' '배고픈 생각은 자주 있으나 밥상을 대하면 먹지 못한다'….
입력 2014.10.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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