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2층 행사장에 작은 바이올린을 손에 든 8살 고소현양이 들어섰다. 잠시간의 적막을 깨고 연주하기 시작한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초기 바이올린 소나타와 오페라 “마술피리” 삽입곡 등 다섯 곡.
소현 양은 지난해 프랑스 방송사 카날 플러스가 ‘바이올린 신동’으로 소개했을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수원 필하모닉 등과 협연을 갖는 등 나이답지 않게 연주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날 연주에서는 다른 연주에서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깊이와 울림이 전해졌다.
소현양이 사용한 바이올린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궁정에서 일했던 안드레아스 페르디난드 마이어가 1735년에 제작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해가 1756년이니 모차르트보다 오래된 셈이다. 어린 시절 모차르트가 직접 사용했던 6개의 악기 중 하나로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재단이 소장하고 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소현 양은 “오래된 바이올린이라 소리가 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울림이 좋고 예쁜 소리가 나와서 신기했다”고 어린아이다운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모차르트의 도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관광 홍보를 위해 잘츠부르크 관광청이 기획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으로 매년 여름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로도 잘 알려졌다. 특히 ‘죽은 모차르트가 먹여 살리는 도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모차르트 동상이 서 있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광장에서 출발해 도심을 걷다 보면 모차르트 초콜릿과 모차르트 향수 등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행사 참여를 위해 방한한 레오 바우엔버거 잘츠부르크 관광청 대표에게 현지에서 구입하면 좋은 물건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모차르트 초콜릿”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철제 간판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게트라이데 거리를 지나면 노란색 건물의 모차르트의 생가와 마주하게 된다. 모차르트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알려진 이곳에는 모차르트 초상화를 비롯해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모차르트가 활발히 활동을 벌인 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다. 비엔나의 관광명소 슈테판 성당 뒤편에 있는 ‘피가로 하우스’는 모차르트가 1784년부터 1787년까지 3년간 머물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한 곳이다. 혹시 ‘모차르트의 도시’ 주도권을 놓고 잘츠부르크와 비엔나 두 도시 간의 갈등은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바우엔버거 대표는 “관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라며 “두 도시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잘츠부르크의 인기 관광코스 중 하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마디마디가 실로 묶인 인형을 사람이 위에서 조정해 연출하는 인형극)이다. 오스트리아와 이웃한 체코가 마리오네트 공연으로 짭짤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비엔나와 잘츠부르크의 마리오네트 공연도 섬세함에서 프라하에 뒤지지 않는다. 두 나라 마리오네트 공연의 차이가 있다면 오스트리아의 경우 거의 모든 공연이 ‘마술피리’와 ‘돈 조반니’를 비롯한 모차르트 오페라를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정말 ‘뼛속까지’ 모차르트의 도시인 셈이다.
잘츠부르크의 내년도 ‘모차르트 위크’행사는 1월 22일부터 2월 1일 사이에 열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부활절 페스티벌(3월 28일~4월 6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7월 중순~8월 말), 그리고 잘츠부르크가 배경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제작 50주년 기념 연중 특별 전시와 공연 등다채로운 행사가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