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업체 CMB가 별도 셋톱박스 교체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TV 방송을 바꿔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CMB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처음으로 8레벨측파연구대(8VSB) 전송 방식을 상용화했다고 발표했다. 8VSB는 지상파 방송이 HD(고화질)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이다. 지금까지 케이블TV 업체들은 지상파 TV의 디지털 방송 송출에만 8VSB 전송을 활용할 수 있었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반 케이블방송(PP) 채널에도 8VSB를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8VSB를 활용하면 케이블TV 시청자들은 셋톱박스를 바꾸지 않고도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보통 월 1만 원 이하의 낮은 시청료를 받는 아날로그 케이블TV의 경우 지상파 방송만 7-1, 9-1 등의 채널번호를 통해 고화질로 송출하고 나머지 채널은 저화질로 내보내왔다. 채널 숫자도 60여개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추가 비용이 드는 디지털 방송 상품 가입을 꺼려해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 전환이 더디게 진행됐다. 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케이블TV 가입자 1482만7000가구 가운데 아날로그TV 가입자는 802만2000가구(54.1%)에 달한다.

8VSB 전환을 위해서는 하나의 회선을 공유하는 ‘셀’로 묶인 가입자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개 방송권역 전체가 8VSB로 전환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TV 상품과 가격이 같아 빠른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CMB는 보고 있다. 조훈 CMB한강방송 본부장은 “관련 장비 설치 등에 비용 부담이 없고, 화질 등에서 워낙 차이가 많이 나서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며 “가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