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1990년대에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함으로써 'LED 조명시대'를 연 아카사키 이사무(85) 일본 나고야대 교수 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54)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60) 미국 UC 샌타바버라 교수에게 돌아갔다.

LED는 반도체로 빛을 만드는 장치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바뀌면서 원래 갖고 있던 에너지를 빛으로 내보낸다. 이 사실을 규명한 영국 과학자 헨리 라운드(Round)도 1909년 노벨상을 받았다.

LED가 내는 빛의 색깔은 전자의 에너지 차이로 결정된다. 에너지 차이가 클 경우 파장이 짧은 푸른빛이 나오고, 작으면 긴 파장의 붉은빛이 나온다. 빛의 삼원색(三原色)인 적색, 녹색, 청색만 있으면 모든 색의 빛을 만들 수 있다. 삼원색 빛을 합하면 형광등이 내는 흰색 빛도 된다. 적색 LED는 1950년대 말에, 녹색 LED는 1960년대 후반에 나왔다. 그때부터 전 세계 과학자들은 마지막 남은 빛의 원천인 청색 LED 개발 경쟁에 들어갔다.

20여년 뒤인 1992년 나고야대의 아카사키 교수와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던 아마노 히로시 교수는 질화갈륨을 이용해 청색 LED를 개발했다. 같은 해 당시 니치아(日亞)화학공업이란 작은 회사에 다니던 나카무라 슈지 교수도 질화갈륨으로 청색 LED를 만들었다. 이 성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LED 조명이 나올 수 있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전력망을 갖추지 못해 전등을 켜지 못하던 저개발국 15억명의 인구도 전력을 적게 쓰는 LED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청색 LED의 업그레이드판인 자외선 LED는 개발도상국에서 오염된 식수를 정화할 수도 있다. 전헌수 서울대 교수(물리학)는 "LED로 다양한 색 구현이 가능해 TV 두께가 얇아지고 에너지 효율도 우수해졌다"고 말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발명의 성과를 회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기술자의 반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도쿠시마(德島)대학에서 학·석사를 받고 지역 기업인 니치아화학공업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청색 LED를 발명했지만, 회사는 "사원의 발명품은 회사 소유"라며 불과 2만엔(약 20만원)의 보상금만 지급했다. 오늘날 821억달러에 이르는 LED 시장을 탄생시킨 발명의 대가로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회사에 실망한 나카무라 슈지는 1999년 미국 UC 샌타바버라의 교수직 제의를 받아들였고, 퇴사 후 미국에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니치아화학이 나카무라 슈지 교수에게 200억엔(약 2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4년 2심 법원은 발명이 604억엔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화해를 권고했다. 결국 8억5000만엔(84억원)의 보상으로 소송이 마무리됐다. 니치아화학공업은 이번 수상에 대해 "나카무라씨를 포함한 니치아 직원과 기업의 노력에 의해 청색 LED가 실현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국내 반도체회사인 서울반도체의 기술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방송사가 긴급 속보를 내보내고, 신문이 호외를 발행하는 등 축제 분위기이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10명으로,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 분야는 19명, 전체 수상자는 2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일본은 2000년대 들어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유룡 KAIST 교수는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받는 일본의 장인 정신이 학계에도 녹아 있다"며 "이것이 연거푸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