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금메달 획득이 목표인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복병' 태국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8강에서 숙적 일본을 1대 0으로 누르고 올라온 한국은 이번에도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를 선봉에 내세워 태국의 골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이광종 대표팀 감독은 2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직력과 기술적인 부분이 거의 갖춰진 상태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공고해졌고, 홈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해 이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태국은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E조 조별 예선에서 몰디브(2-0), 동티모르(3-0), 인도네시아(6-0)를 각각 완파했고, 중국과의 16강전은 2대0 승리로 장식했다. 28일 열린 8강 요르단전도 2대 0으로 이겼다. 5전 전승으로 15골을 넣는 동안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한국 외에 이번 대회 무실점 팀은 태국밖에 없다. 작년 12월부터 다져온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탄탄하고, 와일드카드로 팀에 합류한 '태국 최고의 수문장' 탐사트차난 카윈(24)이 지키는 골문도 든든하다.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태국을 맞아 중요한 것은 선제골이다. '최전방 공격수' 이용재는 홍콩과 벌인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지만 일본과 치른 8강전에서는 침묵했다.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일본 수비진을 흔들고도 결정적인 순간 문전 찬스를 놓쳤다.
공격 옵션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박주호(FSV 마인츠 05)를 주축으로 한 미드필드 라인과 측면 공격수로 출전이 유력한 김영욱(전남 드래곤즈)·이재성(전북 현대)의 호흡이 중요하다.
경기 중·후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조커' 김신욱(울산 현대)도 출격 대기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조별리그 2차전에서 종아리 타박상을 입은 김신욱은 80%가량 회복된 상태라고 한다. 신장이 모두 170㎝대인 태국 수비수들에게 김신욱의 높이(198㎝)는 위협적이다. 골키퍼 카윈도 181㎝다. 이광종 감독도 "중요한 순간이 오면 (김신욱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태국이 공격수 크라이소른 아디삭(23)을 중심으로 펼치는 빠른 역습은 경계 대상이다. 아디삭은 5골로 이번 대회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문전으로 파고드는 빠른 움직임에 간결하고 정확한 슈팅이 주무기다.
양국 대표팀 간 역대 맞대결 전적은 30승7무9패로 한국이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아시안게임에서도 5승2패로 한국이 앞섰다.
하지만 1998 방콕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은 최정예 멤버를 내세우고도 연장전 끝에 1대 2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취골을 넣은 키아티수크 세나무앙(41)이 현재 태국 감독이다. 현역 시절 A매치에서 70골을 몰아넣은 태국의 축구 스타다. 그는 "4강에 진출해 한국 같은 강팀과 맞붙게 돼 꿈이 이뤄진 것 같고,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한국이 이번 태국과의 4강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이라크와 북한전(30일 오후 5시) 승자와 다음 달 2일 오후 8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