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를 수출한다. 국내 병원이 중동 지역에 건강검진센터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서울대병원이 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의 위탁 운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또다시 중동에 한국 의료 수출이 성사된 것이다.
22일 오후(현지 시각) UAE 아부다비에서 서울성모병원과 UAE 헬스케어그룹 'VPS' 측은 건강검진센터 컨설팅 및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VPS는 중동에서 병원 9개, 의원 26개, 의약품 유통 체인 등을 운영하는 UAE의 대표적 헬스케어 기업이다. VPS는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조언을 받아 아부다비 부유층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인 '마리나몰'에 900평 규모 건강검진센터를 건립 중이며 올해 말 개원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VPS는 앞으로 5년간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 운영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설립·운영 컨설팅비로 매출액의 10%(5년간 100억원 이상)를 서울성모병원에 지급한다. VPS는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 의료진 가운데 3분의 1을 한국에서 파견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의료진에는 미국 의료진 수준의 1급 대우를 약속했다.
VPS 샴시르 바얄릴 회장은 "중동에는 '건강검진'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는데, 중동 최초로 한국형 건강검진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신속·정확·효율성 높은 한국형 건강검진센터가 아부다비에 정착되면 내년쯤 두바이, 이후 다른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과 VPS의 계약은 지난 4월 첫 만남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성사됐다. 서울성모병원 등 관계자들은 올 2월 아부다비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가 방한 중에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한국 의료를 깊이 신뢰하게 된 덕분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아부다비 왕세제는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UAE 환자와 보호자 15명을 불러 한국 의료가 어떤지 물었는데, 전원이 "한국 의료진은 가족처럼 친절하고, 수준은 영국·독일 병원보다 낫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특히 왕세제가 병문안했던 사라 살렘(4세)의 말기 신경모세포종을 1년4개월 만에 완치한 사실이 UAE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UAE 의료 시장은 자국 의대·간호대가 없어 외국인 의료진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미국·싱가포르 등 해외로 보내는 환자 진료비만 연간 2조원에 달한다. 서울성모병원 승기배 원장은 "건강검진을 통해 UAE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암 치료 등 전문 분야로 확대해 중동에 본격 진출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